시민평론단
사람은 누구나 청년 시절을 지나간다. 인생의 한 지점에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이 시기는 누구에게나 비슷한무늬를 남긴다. 무언가 이루기 위해 무모하게 도전하고, 사랑 앞에서는 서툴고, 현실 앞에서는 쉽게 부러지지만 다시 일어서는 시기를 우리는 ‘청년’이라고 말하곤 한다. <짱구>는 이러한 보편적인 청년기의 정서를 부산 한 청년의 삶을 따라가며 그린 영화다. 특별하지 않은 카메라 움직임이 오히려 청년의 일상과 맞물려 묘한 진정성을 만들어 낸다.
극의 중심에 서 있는 짱구는 영화배우를 꿈꾸며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온 청년이다. 거창한 준비도, 빛나는 기회도 없지만 그는 매일 같이 오디션장을 찾는다. 짱구의 연기는 소위 ‘발 연기’로 관객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웃음 너머에는 꾸준히 자기 노력을 쌓아가는 청년의 모습이 담겨 있다. 수영을 못하지만 역할 때문에 밤낮으로 수영을 연습하고, 잠든 동생 옆에서도 대사 연습을 멈추지 않는 그의 모습에서는 무모하지만 단단한 의지와 청춘 특유의 불완전한 용기가 엿보인다. 짱구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젊음의 모습과, 꾸준히 무언가를 이루려는 소박한 열망이 섞여 있는 인물이다. 관객은 그가 배우로서 특별한 재능이 있는 가를 묻기보단, 그가 매일같이 부딪히고 넘어지며 조금씩 나아가는 과정에 더 시선을 얹게 된다.
짱구의 꿈은 마치 닿을 수 없을 것처럼 느껴지지만, 매 순간 자신을 다잡고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은 현실에 맞서 발버둥치는 청년들의 성장 과정과 닮아있다. 때로 좌절하고, 때로는 의심하지만 그럼에도 전진하는 모습에 관객은 자연스레 공감하게 된다. 흔히 청춘은 불확실하고 불안정한 시기라 하지만, 짱구는 그 불완전함 한 가운데서도 지속되는 노력과 꿈이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화는 짱구의 연애를 통해서도 그 시기 청년들이 겪는 여러 감정을 담아낸다. 짱구와 민희의 사랑은 뜨겁고, 충동적이며, 풋풋함과 서투름으로 가득하다. 가진 것이 많지 않은 짱구의 사랑은 꾸밈없이 솔직하며, 미소 짓게 하지만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 시간이 흘러 돌아보면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 시간에 있는 청춘에게는 누구보다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의 무게로 다가온다. 영화는 사랑의 결말을 통해 완전하지 않은 사랑과 관계도 청춘기의 자연스러운 일부임을 넌지시 전해주는 듯 하다.
한편, 짱구와 같이 사는 동생 깡냉이는 또 다른 청년의 모습으로 현실의 무게를 실감하게 한다. 할머니 병원비를 위해 서울에 올라왔지만 일자리는 쉽게 구해지지 않고 전화로 구하는 서빙 자리는 모두 유흥업소뿐이다. 전기세조차 내기 버거운 현실 앞에서 깡냉이는 망설이지만, 이내 타협하며 고군분투한다. 돈을 벌기 위해 타협한 그의 모습은 청년들이 한 번쯤 마주하는 ‘꿈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2010년 즈음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현실은 오늘날 청년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버텨내야 하는 청년들의 딜레마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가족의 존재 역시 이 영화가 전하는 청년기의 중요한 버팀목이다. 짱구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어머니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받는다. 오디션에서 필요한 옷을 산다는 이유로 어머니에게 돈을 빌리는 장면은 청년이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그리고 그 사랑을 당연하게 여기던 시절을 관객으로 하여금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삶의 버거움과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청춘들에게 가족은 때론 숨 쉴 틈을 내어주는 안식처다. 어쩌면 청년 시절에 지나치기 쉬웠던 그 사랑의 크기와 의미를, 관객으로서는 다시 실감하게 된 순간이다.
<짱구>는 저마다의 청년기를 살아가는 인물들을 통해, 어디서나 공감할 수 있는 청춘의 얼굴을 보여준다. 화려한 영상이나 특별한 연출 없이도, 꾸준한 노력과 성장, 사랑과 상처, 현실의 무게를 통해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낸다. 부산 사투리로 생동감 있게 그려진 인물들과 2010년 서울과 부산의 풍경은 2025년을 사는 관객에게도 낯설지 않다. 시간과 세대가 달라도 청년기는 늘 닮아 있음을 알려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