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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ce News 부산국제영화제 소식
2025 Program Sections — 30th Edition
Official Selections 공식 상영작 64개국 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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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gram Note
어느 여름, 도시에서 온 여자는 한적한 바닷가에서 어머니의 고향을 찾은 남자와 우연히 만난다. 어느 겨울, 슬럼프에 빠진 작가는 눈으로 덮인 산속에서 홀로 여관을 지키는 주인장을 찾는다. ‘이’는 몇 해 전, 한 감독의 제안으로 쓴 영화 시나리오를 떠올릴 때마다 여행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멘토였던 교수가 남긴 유품을 지닌 채, 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홀연히 여행을 떠난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이’는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글을 쓰는 행위를 ‘여행’에 비유한다. 여행의 비일상성이 안겨주는 놀라움과 당혹감은 비 내리는 바닷속에서 함께 헤엄치며 새로운 인연의 시작을 예고하기도 하고, 인근 마을 연못에서 비단잉어를 포획하는 재미가 경찰 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영화 속 영화의 여름 바다 풍경과 대비되는 겨울의 설경 속에서 현실의 경계는 몽롱하게 흐려진다. 매혹의 장이 펼쳐진 한여름 낮의 추억, 그리고 한겨울 밤의 꿈 같은 소동은 어느새 차가운 물 속으로 사라진다. 미야케 쇼의 <여행과 나날>은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과 『혼야라동의 벤상』 두 편을 독특한 액자식 구성으로 엮은 작품이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추어 온 촬영감독 쓰키나가 유타는 두 계절 속에서 펼쳐지는 두 이방인의 여정을 고요하게 담아내며, 후반부를 이끌어가는 심은경과 쓰쓰미 신이치의 담백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연기가 돋보인다. (박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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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과 무기력에 시달리는 모리는 제대로 된 음악을 만들지 못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가운데, 사진작가로 성공한 아내 마이코와 불편한 동거를 이어간다. 한때 연인이었던 모리와 아사코가 우연히 재회하고 안부를 나누는 과정에서, 각자 더듬은 기억 속에서 서로 다른 과거를 마주한다. 집으로 돌아온 아사코를 기다리는 것은, 현재의 연인이 차려준 따뜻한 밥 한 끼와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욕망이다. 그리고 마이코의 전시회에서 모리는, 그녀의 애정 어린 프레임 속에 포착된 자신의 소소한 일상 풍경들을 발견한다. 2021년 단편 <창문>으로 와이드 앵글 섹션에 초청되었던 시가야 다이스케 감독의 장편 데뷔작 <고양이를 놓아줘>는 미묘하게 얽힌 감정의 결을 섬세하고 예민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영화 중반부 모리와 아사코의 기억이 비껴가면서, 시간과 사실은 의도적으로 혼동되고 분절되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일관되게 담담하고 고요하다. 이처럼 서사적 충실함보다 감정적 개연성에 집중하는 영리한 선택이, 결말에 이르러 마이코가 현관문 앞에서 느끼는 작은 감동을 선사한다. “지금,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어쩌면 삶 곳곳에 숨어 있는 사소한 만족들 속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박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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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벨로키오의 〈눈, 입〉(1982)은 주인공이 쌍둥이 형의 자살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한 장면에서 주인공이 형에게 『자본론』을 읽어보라고 권하자, 형은 짧고 담담하게 대답한다. “ 마르크스 캔 웨이트.” 그로부터 40년 후, 벨로키오의 다큐멘터리 〈마르크스 캔 웨이트〉를 보면 그 대사가 다름 아닌 감독 자신의 쌍둥이 형제 카밀로 벨로키오가 실제로 했던 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마르크스 캔 웨이트〉는 단순한 다큐멘터리를 넘어, 벨로키오 감독의 진솔한 고백이며 한 사람을 이해하고 진실에 닿으려는 탐구의 여정이다. (서승희)

“우리 가족의 비극을 극영화로 이야기했을 때는 전 지금처럼 자유롭지 못했어요. <마르크스 캔 웨이트>를 만든 지금이 훨씬 더 자유로워요. 당시엔 아직 어머니가 살아 계셨고, 이 비극이 우리 가족 전체를 뒤흔든 일이었기 때문에 걱정이 됐습니다. (…) 같은 주제로 다시 영화를 만들면서, 저는 그 비극의 진실을 더 깊이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아직 그가 왜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이제는 저와 형제자매들이 그의 고통과 불안을 얼마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었는지, 그리고 우리가 그에게 건넨 도움이 얼마나 부족했었는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 마르코 벨로키오, 프랑스 퀼튀르 라디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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