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사일런트 프렌드> : 기나긴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은행나무

By 김미강

  <사일런트 프렌드>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시작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 '1832년 은행나무'의 풀샷이다. 영화는 독일 대학가의 식물원을 배경으로 1908년, 1972년, 2020년의 이야기를 느슨하게 연결한다. 이때 서로 다른 시대를 연결하는 건 인물이 아니라 식물이다. 작품은 계속해서 인물 주위에 식물을 등장시킨다. 수백 년 동안 늘 그곳에 있었을 식물이 그 자체로 역사가 된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여기저기에 분포되어 있던 그 부분들을 영화의 마지막에 완전한 하나의 형태로 연결하는 것이다. '관찰되지 못한 것과 관찰된 것', '눈을 찡그려도 자외선은 못 보는' 인간의 눈은 '신호 변환 장치'가 필요하다. 1972년의 한스(엔조 브룸)가 말한 것처럼 "신호 변환이 없다면 그건 없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영화는 계속해서 이런 부분들의 결합, 그리고 인간이 선택한 관찰 방법을 파고든다.

 

  영화 초반, 신경과학자 토니(양조위)가 강의실에서 인간 뇌에 관해 설명한다. 성인의 뇌는 한 가지에 집중하면 그 외는 단절한다고 한다. 즉 집중은 단절을 의미한다. 이 과학자의 현재 연구 주제는 신생아의 뇌다. 생후 6개월 차 아기의 뇌파를 검사한 결과, 아기는 성인과 반대로 정보를 총체적으로 인식한다는 것을 알아낸다. 이런 방식을 빌리듯 영화는 시각적 요소에 총체적인 방식을 사용한다. 인물을 가까이서 그대로 담지 않고, 창을 거치거나, 빛에 비추거나, 나뭇가지와 잎들 사이에 슬쩍 보이게 하는 것이다. 포커스도 대부분 인물보다 이 총체적인 이미지에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관객이 보고 있는 건 사람인가? 유리 혹은 빛, 나무인가?' 관객은 단절의 방식을 사용해 어딘가에 집중할 것인지, 혹은 있는 그대로의 이미지를 받아들일지 정해야 한다.


  이 '관찰되지 못한 것과 관찰된 것'의 방식은 이후에도 쭉 이어진다. 1908년, 여학생의 입학을 최초로 허락한 학교에서 면접을 치르는 그레테(루나 배들러). 성차별적인 면접관들의 발언에 그가 묻는다. "식물에 대해 묻는 겁니까? 그리스어 어원에 대해 묻는 겁니까?" 그들의 질문에는 뚜렷한 의도, 즉 집중과 단절이 있다. 하지만 그레테는 그리스어 어원은 물론 식물에 대한 답변까지 총체적으로 내놓는다. 이후 성차별적 오해로 인해 머물던 곳에서 쫓겨난 그레테가 숙박을 제공하는 사진관의 조수로 일한다. 사진사는 '사진이 현실을 담는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이라며 '현실의 본질은 연약'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남성들에게 쓰는 편집법이라며, 검버섯을 없애고, 코를 곧게 깎고, 볼살을 없애는 사진 편집법을 그레테에게 가르쳐준다. 영화의 본질은 사진이라는 것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2020년, 식물원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토니를 못마땅하게 여긴 식물원 경비가 실험 기계의 전선을 끊어버린다. 코로나를 배경으로 한 2020년에, 마스크를 쓴 외국인만큼이나 두 사람은 단절된다. 실험 중단에 낙담한 토니의 모습을 본 경비는 다시 전선을 잇고 토니를 저녁 식사에 초대한다. 각각 다른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은 두 사람이 마스크를 벗는다. 멀지만 같은 메뉴를 먹으며 토니가 스마트폰에 대고 무어라 말한다. 그 말은 번역기를 통해 변환되어 전달된다. "당신에게 미리 연구에 대해 설명했으면 좋았을 거예요." 끊어졌던 전선이 다시 이어지듯, 식물의 뿌리가 서로 연결되어 뻗어나가듯, 두 사람이 연결된다. '눈을 찡그려도 자외선은 못 보는' 인간의 눈에 신호 변환 장치가, 그리고 역사를 가진 거대한 은행나무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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