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누벨바그> : 누벨바그를 일구었던 젊은 그들에게 바치는 노래

By 장윤석

영화 좋아한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치고 “누벨바그”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말을 설명하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니다. 그런데 <누벨바그>라는 제목으로 영화가 나왔다고 하니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프로그램 노트를 보고서야 장 뤽 고다르가 연출한 첫 번째 장편영화 <네 멋대로 해라 (A bout de souffle, 1960>의 제작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거기다가 ‘유쾌하고 매혹적인 코미디’라고 하니 기필코 보고 말겠다는 결심을 하고야 말았다.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누벨바그’라는 말은 영화를 좋아한다는 청년들에게는 매혹적으로 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새로운 물결이라는 의미 그대로 영화를 개방적으로 바꾸어 보겠다는 말 자체만 해도 멋있어 보였다. 그런 영화들을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들다는 이유도 한몫했다. 우리나라의 프랑스 문화원에서 작은 화면에 영어 자막이긴 하지만 누벨바그 영화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프랑스 영화 특히 말로만 듣던 누벨바그 영화를 만끽할 수 있었으니까. <누벨바그>를 보면서 프랑스 문화원의 혜택을 보던 시절이 많이 생각났다. 그때야말로 누벨바그 영화 보는 데 온 힘을 바친 시절이었다. <누벨바그>란 영화에 대하여 간단히 논하라면, 누벨바그의 추억에 젖도록 하는 힘은 분명히 가진 영화라고 답할 것 같다.

 

흔히 누벨바그 하면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감독들 이름을 대는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감독이 장-뤽 고다르일 것이다. 누벨바그를 대표하는 영화 제목을 대보라면 누구라도 입에 올리는 작품이 <네 멋대로 해라>이기도 하고. 그 감독의 그 영화가 탄생한 비하인드 스토리와 촬영 과정 그리고 이미 전설이 되어버린 그 감독이 했던 말들이 영화를 장식하고 있으니 그 감독과 그 영화의 찐팬들에게는 박수를 치고 발을 구르며 타임슬립을 한 듯 그 분위기에 폭 빠지기 딱 좋은 영화였다. 누벨바그에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고 팬들도 많이 가진 감독과 영화를 하나 더 들어보라면,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400번의 구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걸로 생각한다. 바로 그 점까지 생각하고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에서 누벨바그를 좋아하는 팬들을 불러들이는 데에 이 이상이 있을 수 있을까 싶다. <누벨바그>가 칸영화제에서 11분 동안의 기립박수를 받았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힘만 있다면 11시간이라도 박수를 보낼 사람이 있었을 것 같다.

 

<누벨바그>를 보면서 감동적이었던 점 하나를 꼽으라면, 누벨바그 속에 있었던 한 사람 한 사람을 단정히 서 있는 모습과 함께 이름까지 써 붙여서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다는 점이었다. 처음에 몇 사람 정도가 소개될 때까지는 누벨바그 속에 있었던 그 사람과 똑같이 닮지는 않아도 그를 떠올리기에는 충분한 모습을 보며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장 뤽 고다르, 장 폴 벨몽도, 진 세버그, 프랑수아 트뤼포, 클로드 샤브롤, 자크 리베트, 에릭 로메르 정도로 어지간히 아는 사람들이었다. 줄리엣 그레코, 로베르토 로셀리니, 장 피에르 멜빌, 아녜스 바르다, 라울 쿠타르 등등 들어본 이름의 사람들 속에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의 사람들도 등장하기 시작하더니 결국 전혀 알지 못하는 이름의 사람들까지 계속해서 그런 형식으로 소개가 되었다. 아마도 그때 그 자리에서 어떤 역할을 해냈던 어떤 사람들일 것이다. 그런 장면을 끝까지 지켜보면서 누벨바그의 추억이 제대로 소환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벨바그가 시작된 후 수십 년 뒤에야 그런 사실을 알고 그때의 영화를 겨우 챙겨봤을 정도의 사람에게도 뭉클한 추억이 도착할 정도이니 무슨 다른 말이 필요하겠는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 영화에서 소개되었던 알만한 사람들 이름을 새삼스레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다름 아니고 생사를 확인하고 싶어서였다. 역시나, 찾아본 사람들 모두 ‘부터’뿐만이 아니라 ‘까지’까지가 붙어있었다. 모두 고인이 된 것이다. 예상되던 결과를 받아본 셈이긴 하지만 새삼 그들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이 영화가 그렇게 만든 것이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누벨바그>에 박수를 보낸다. 개인적으로는 추억의 소환에 감사함이 우선되는 박수이기도 하다. 그런 점이 너무 크게 작용한다는 게 지적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히 제대로의 역할을 했다는 데에 한 표를 던지겠다. 추억의 소환에 쓰이건 역사의 배움에 쓰이건 과거를 제대로 불러오기란 절대로 쉽지 않다. 누벨바그라는 새로움을 향해 활기찬 모습으로 경쾌하게 달려가는 젊은 그들의 모습에서 본 것은 희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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