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산양들> : 산양날다.

By 정은진

사실 영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영화가 마음에 들었다. 영화 시작 전에 동물 전문가와 함께 촬영했고 영화 속 어떠한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동물이 나오는 영화에서 동물의 안전에 신경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찍은 영화는 보고 싶지 않다. 스필버그가 10여 년도 더 전에 <워 호스>를 촬영할 때 말의 안전과 스트레스를 위해 전문가를 기용하고 하루에 정해진 시간만큼만 촬영했음에도 한국은 바로 재작년까지만 해도 드라마를 찍다가 말을 혹사해 죽여 논란이 된 사건을 기억한다. 그래서 아직도 생각 없이 동물을 학대하며 촬영하는 방식이 많은 것 같아 동물 출연 미디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은 영상에 대해 거부감이 있는데 안내문을 보고 나니 불편함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영화는 소동물의 생명도 소중하게 다루며 조류 독감의 처참한 모습도 과감히 보여준다. 결코 예쁘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십 대 소녀들과 소동물 모두를 응원하고 있다.

 

영화는 학교 안 사육장에서 동물들에게 투덜거리지만, 소중하게 동물을 안고 조심스럽게 백신을 놔주고 있는 인혜에서 시작된다. 그 인혜를 서희가 찾아오고 또 그들은 정애와 수민을 찾아간다. 아무 접점이 없었던 4명의 소녀들은 공통점 또한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이 모이게 된 건 하나의 공통점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써보라는 과제에서 이 네 사람만 백지를 제출했기 때문에 진학 담당 선생님이 그들을 모아 수시면접반을 만들게 된다. 한눈에 딱 봐도 성향이 매우 달라 보이는 그들이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공통점도 있다. 모두 무리에서 겉돌며 또래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인혜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지만, 그는 말을 잘 듣는 인혜를 이용할 뿐인 나쁜 남자다. 그런 인간과 어울리는 것이 엄마를 닮아서인 것 같아 씁쓸하다. 인혜에게 먼저 접촉한 서희는 강한 인상을 풍기고 생존에 집착하며 맥가이버 칼을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 동물을 사랑하는 인혜와 동물을 생존에 필요한 먹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서희는 전혀 어울리지 못할 것 같다. 서희가 체벌로 사육장 일을 도우러 오면서 그들의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된다. 인혜는 우연히 숲속의 넓은 잔디밭을 찾아내게 되고 학교에서 사육장 없애려는 것을 알고 동물들을 이주시키기로 한다. 이곳은 이들의 아지트가 되고 같은 면접준비반의 정애와 수민도 끌어들인다.

 

이들이 찾은 아지트는 너무 완벽해 보이는 곳이다. 어릴 때 우리가 한 번쯤은 꿈꾸어 보았던 멋진 공간이다. 나무로 둘러싸인 가운데 탁 트인 잔디와 근처에 호수까지 있다니 정말 장소는 완벽하게 소녀들의 낙원으로 손색이 없다. 이런 멋진 공간을 발견했더라도 외딴 공터에 아지트를 만들 엄두가 생기지는 않을 건데 서로 함께 있으니 홀로 있을 때 할 수 없던 일도 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걸 볼 수 있다. 인혜는 혼자서도 자신 있게 있을 수 있을 것 같지만 혼자서는 무섭기만 하다. 자신들만의 낙원을 꾸미며 행복하게 시간을 보내지만 당연하게도 우여곡절은 끊이지 않는다. 서로 부딪히는 것도 많아 싸우기도 했지만, 소녀들은 서로를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사과하고 용서하며 성장해나간다. 특히 인혜가 자신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되고 변화하는 모습은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정도로 통쾌하다.

4명의 배우 모두 자신들이 연기하는 캐릭터에 딱 맞는 옷을 입은 인상을 하고 있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아웃 사이더를 잘 연기하고 있다. 영화 초반에 수시 면접반 담당 선생님은 이들을 자신들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특별하지 않은 너희들이니 정신을 차리고 자신만 따라와 주면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강요한다. 하지만 이들 모두 특별하며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인물들이다. 대한민국 고3들의 치열한 입시 경쟁에 끼지 않아도 괜찮고 그 나이대 소녀들만이 할 수 있는 발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그들 그룹의 이름처럼 그들은 어디에나 갈 수 있는 산양들로 성장한다. 어른들로 인해 좌절했지만 한 줄기 희망인 희선이를 발견해 그를 위해 로드 트립을 떠나는 장면은 이제 곧 졸업한 후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나 야생을 맞을 준비를 하는 성장 드라마이다. 소녀들이 신나게 오리 날다를 부르는 모습은 앞으로 그들의 앞길에 힘든 일이 있어도 함께라면 극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감독은 산양들이 되고 싶은 소녀들을 응원하고, 정말 어디든 갈 수 있으니 멋진 날개를 펴고 꿈을 꾸고 날아오르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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