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철들 무렵> : 철 들었기에

By 이소정

철이 덜 들었네. 철들어라. 철들어서 좋다. 일찍 철들었네. 이와 유사한 말들을 어릴 때 얼마나 들어왔었는지 모르겠다. 어린아이를 돌봐주는 이보다 칭찬이랍시고 혹은 비난으로 스스로 잘 알아서 하길 바랐던 소위 어른들의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정승오 감독의 <철들 무렵>은 현 우리 사회의 가족들을 자신의 방식대로 유쾌하게 재조명한다. 가족이란 테두리에서 개개인의 욕망과 욕구에 주목한다. 

 

 구순이 된 할머니의 나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구순이 된 할머니는 자식 중 여유로운 누군가가 모시고 살아야만 의무를 다하는 느낌이다. 아픈 아버지는 내가 모시고 살면서 병수발을 들어야만 할 거 같고, 다 큰 자식은 밥벌이를 제대로 하고 있어야만 할 거 같다. 또한 어린아이 앞에서는 좋은 말, 훈육이 될 말만 늘어놓아야만 할 거 같다. 하지만 그 모든 건 그래야만 할 거 같은 느낌일 뿐이다. 이제까지 관습적으로 그렇게 해왔기 때문에, 그게 예의라서, 우리 사회에서 추구하는 진리이기 때문에. 그 모든 걸 영화는 깨버린다. 

 철들다라는 단어는 ‘사리를 분별하여 판단하는 힘이 생기다’ 이다. 철들 무렵이라는 제목과 같이 그 누구도 철든 사람이 없다. 철들 무렵일 뿐이다. 여기에 나오는 분들은 한 아이를 빼놓고는 전부 어른이다. 사리 분별을 못할 리가 없다. 그렇지만 보기에 철이 들어보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까닭은 개인을 더 추구하는 시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가족 안에서 가족이라서 가족이기 때문에 지켜져야 할 무언가를 위해 살아온 사람들이었지만, 현 사회는 가족 안에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한다. 

 그 철없음은 가족 구성원들의 이해를 도와준다. 어른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철 가득한 고정관념이 존재하는데, 그 무게감에서 벗어나 어른도 하고 싶은 게 있고, 추구하는 게 있다고 말한다. 고정 인식들에서 빠져나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나 외의 다른 세대를 이해하게 한다. 그저 사람일 뿐이고, 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한 사람들뿐이라는 걸. 

 구순 할머니 또한 곁에 있던 할아버지를 보내고, 자식들 다 키워 장가, 시집 보내고 나니 이제야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이런 생각은 그 나이에 도달하지 않은 자는 생각하지 못한다. 당사자 아니고는 알 수가 없다. 당당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음을 철들 무렵으로 표현한다. 철이 들었기 때문에 표현하는 마음, 철이 안 들었기 때문에 할 수 있으므로. 그 중간을 왔다 갔다하며 철이 든다는 것이 무엇인지 갸우뚱하게 한다. 그 모든 것들이 철드는 과정이다.

 

 <철든 무렵>은 철들 무렵이라서 가능한 행동들을 영화에 펼치고, 서로를 이해 못 했던 가족들을 이해할 수 있는 틈을 만들어 준다. 서로를 이해할, 존중할 기회가 된다. 마음 깊이 가족들을 알 수는 없지만, 부모도 아이도 여러 감정들을 가지고 참고 견디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라는, 나와 별로 다른 사람이 아니라는 깨달음에 괴로웠던 마음을 놓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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