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철들 무렵> : 끝나지 않는 성장, 철들 무렵의 시간

By 박수완

정승오 감독의 <철들 무렵>은 가족을 다룬 영화라는 점에서 처음부터 묘한 긴장을 불러온다. 한국 사회에서 가족은 가장 가까운 울타리이자 가장 무거운 짐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극은 종종 불편함을 강요하지만, 이 영화는 무겁기만 한 현실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낸다. 고통 속에서도 웃음을 길어 올리고 그 웃음은 다시 눈물로 이어지며 결국 웃음과 눈물이 교차하는 독특한 정서를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점은 영화의 웃음이 억지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웃음은 언제나 고통과 마주한 순간에 불쑥 튀어나온다. 등장인물들은 제각각 무겁고 버거운 현실에 직면해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순간들이 오히려 가장 큰 웃음을 만들어낸다. 배우들의 연기는 이 균열을 완벽히 살려낸다. 인물들의 삶은 분명 조여 오는데, 영화는 이를 과장하거나 몰아붙이지 않는다. 대신 상황을 있는 그대로 펼쳐 놓으며 그 사이사이에 느슨한 숨구멍을 마련한다. 웃음을 통해 잠시 고통을 유예하지만, 그 웃음이 지나가면 다시 눈물이 찾아온다. 이 끊임없는 왕복 운동은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한 채 끝까지 영화에 머물도록 만든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전하는 감각은 철이 든다는 것이 결코 완결된 상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끝없는 협상, 멈추지 않는 갈등, 반복되는 배려 속에서 우리는 그저 철들 무렵에 머문다. 어쩌면 철든다는 것은 완성형의 도착점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웃음과 눈물이 동시에 우리를 덮치는 순간 비로소 철들 무렵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영화는 결과적으로 관객에게 처방을 내리는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견뎌내는 삶의 시간성 그 자체다. 사회적 안전망이 여전히 부실한 현실 속에서 가족이 떠안아야 하는 무거운 책임, 그 속에서 각자가 감당해야 하는 모순과 지연된 자율이 작품 안에서 정직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는 이를 단순히 비극으로 고정하지 않는다. 순간의 웃음을 통해 절망을 유예하고, 해학을 통해 고통을 직시하면서도 살아낼 수 있게 만든다. 가족이라는 굴레를 단순히 짐으로만 묘사하지 않는다. 버겁고 불편한 관계 속에서도 웃음과 따듯함이 틈입하는 순간들이 있으며, 그 미묘한 균열이야말로 우리가 삶을 계속 이어가게 만드는 힘이 된다. 영화는 그 힘을 거창한 희망으로 포장하지 않고 작고 사소한 제스처 속에서 발견하게 만든다. 그래서 작품이 남기는 여운은 무겁지만 동시에 가볍고 절망적이면서도 이상하게 위안이 된다.

 

결국 <철들 무렵> 불편해야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웃어야 순간에 눈물을 훔치게 만드는 영화다. 감정의 뒤섞임은 어쩌면 자체와 닮았다. 작품은 우리에게 해답을 주지는 않지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지금 어디쯤 철들고 있는가? 질문 앞에서 관객은 웃고 울면서 동시에 조금 자기 자신에게 다가가게 된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