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는 뭐가 다를까? 남자와 여자가 사랑하는 건 이미 숱하게 보았다. 남자와 남자가 사랑하는 것도 요즘은 여러 콘텐츠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나 유독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모습은 어쩐지 보는 게 쉽지 않다. 그 이유에 탐구하기보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모습을 담은 <걸프렌드>를 보는 걸 택했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뭔가 다른 게 있나? 그러한 호기심을 안고 영화를 따라가 보자.
록(피쉬 리우)은 홍콩에 거주하며 자신의 두 번째 영화 연출을 기다린다. 마카오에서 자라 대만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고 홍콩에서 거주하는 동선만 보아도, 그녀의 삶은 제법 역마살이 낀 듯 보인다. 록의 현재 연인 베이 베이(제니퍼 유)는 안정적인 삶을 원한다. 그 덕에 상의도 없이 무모한 일들을 벌이기도 한다. 그녀의 사랑스러움과 별개로 록은 확신이 없는지 과거를 돌아보며 결정하기로 한다. 록의 삶을 훑어보았을 때, 퀴어의 삶은 불안정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록의 삶이 얼마나 많은 지각변동을 겪었는지 체감하게 된다.
흔들리는 땅 위에 선 록은 변화는 소품 내지는 인물적 특징으로 드러나기도 한다. 고등학교 시절 록은 차분한 교복을 입고 있고 새로운 세계를 동경하는 느낌을 준다. 대학 시절 록은 주황색 염색 머리에 스쿠터를 즐겨 타는 데다 심히 급진적이고 관용적이지 않은 성격을 지녔다. 감독의 록은 다시 차분하고 얌전해진 옷차림으로 인내를 거듭하는 면모를 모인다. 두드러진 변화는 평범한 이들의 성장기와 닮아 있다. 퀴어의 삶이 아무래도 더 불안정하겠지만, 퀴어가 아닌 이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게 여실히 느껴진다.
록의 삶을 거슬러 오는 과정에서, 록의 선택을 마주하게 된다. 불에 덴 듯 놀라운 첫사랑이자 짝사랑, 정열적인 불같은 사랑, 어쩌면 결혼을 기대할지도 모르는 마지막 사랑까지. 사랑에 도달하는 모든 순간은 오직 록의 선택과 운명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에 이르는 데에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건 결국 과거의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단순한 사실은 스크린 속에 찬란하게 펼쳐진다. 록의 감정을 따라가듯 차분함과 요란함을 오가는 음악은 몰입감을 더한다.
<걸프렌드>를 보며 내린 결론은 간단하다. 여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뭔가 다른 건 없다는 것이다. 아직 법적인 부분이 통과되지 않아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을 제외하고 레즈비언의 사랑도 다른 사랑과 다를 게 없었다. 다만 레즈비언의 삶은 다른 청춘들보다 더 불안한 토대에서 펼쳐지기에 흔들림이 강하다. 그러나 그 강한 지각변동을 이겨낸 이들의 사랑, 그것이 무르익는 순간을 감각할 때. 우리는 더할 나위 없는 찬란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