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트루먼의 사랑> : 믿음이 우리를 구원하리라

By 김도연

<트루먼의 사랑>을 연출한 김덕중 감독의 전작들은 내용이나 형식 면에서 늘 흥미로웠다. <에듀케이션>(2019)은 ‘장애인 활동 보조인’이라는 독특한 일을 하는 주인공이 장애인 엄마와 아들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였고, <컨버세이션>(2021)은 인물 간의 대화 장면들을 극단적인 롱테이크로 찍은 ‘원 씬 원 숏(one scene one shot)’ 방식으로 이어 붙인 영화였다. 2025년도 신작 <트루먼의 사랑>은 내용과 형식 모두 독창적이다.

 

이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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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챕터 : 사랑의 시작

이 영화의 오프닝은 지하철 플랫폼에 누워있는 지연을 현식이 발견하는 장면이다. 그녀는 자신을 <트루먼쇼> 속 주인공과 같은 처지인 ‘트루먼’이라면서, 이 세상은 이따금 ‘에러’를 일으켜 멈추고 사람들이 정형행동을 하다 정신을 잃는다고 말한다. 현식은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는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도망쳐 버린다. 이 챕터는 영화 전체의 설정을 안내해주는 프롤로그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챕터 : 삼각관계

현식이 일하는 패스트푸드점에 지연이 손님으로 온다. 이제 현식은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어졌다. 9개월 전과 지금의 차이는 지연의 곁에 문성이 있다는 점이다. 잘생긴 남자 친구를 둔 지연의 모습이 현식의 마음을 바꾸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매력의 전이 효과’라고 부르는데, 누군가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의 호감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제로 인해 현식은 자신도 ‘트루먼’이라 믿고 그녀의 곁에서 맴돈다. 그리고 지연을 가운데에 둔 애정의 삼각관계가 형성된다.

 

세 번째 챕터 : 이별 후

앞서 두 챕터의 시점은 지연 혹은 현식이었다. 두 사람이 떠난 후, 홀로 남은 문성의 시점으로 세 번째 챕터가 진행된다. 문성이 참여하는 모임 사람들은 영화 줄거리와 상관없는 주제로 긴 대화를 나누는데, 이 모임 장면은 <컨버세이션>을 떠올리게 한다. 나중에 문성은 '트루먼 쇼셜클럽'을 운영하는 희선을 만나 그녀를 모임 멤버로 끌어들인다.

 

<트루먼의 사랑>에서 ‘트루먼’의 반대말은 ‘라이어(거짓말쟁이)’로 나온다. 이는 나 자신과 동류의 인간만을 상대하려는 현실 세계에 대한 메타포로 보인다. 두 번째 챕터에는 누구의 시점인지 알 수 없는 카메라가 혜화역 주변을 걸어다니는 사람들을 장시간 지켜보는 트레킹 숏이 들어있다. 이때 관객들은 자신도 모르게 누가 트루먼이고 누가 라이어일까 관찰하고 사람들을 구분 지으려 한다. 지연은 처음에 현식을 트루먼이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그가 라이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현식과 함께한다. 문성 역시 희선이 라이어라고 생각하지만, 그녀를 점차 받아들이게 된다.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바는 서로 다른 존재라 하더라도 관계에 대한 믿음이 우리를 구원한다는 것이다. <트루먼의 사랑>은 독특한 설정과 구성을 통해 우리가 이미 알 수도 있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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