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 비전
영화는 세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세 이야기는 형식적으로는 첫 번째 이야기를 두 번째 이야기가 이어 가고 세 번째 이야기는 앞선 두 이야기를 이어 가고 있지만 그 연결의 강도는 느슨하다. 앞선 이야기에서 나왔던 대사가 반복되거나, 동일 인물이 다음 이야기에서 다른 배역으로 등장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세 이야기는 각기 다르다고 볼 수도 있고, 하나의 줄거리로 엮인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첫 번째 이야기 ‘집으로 가려다,’에서는 시의원 송천지, 그의 전 부인인 영화감독 원민주, 그리고 현재 부인 양순화의 만남이 대전에서 이루어진다. 그 만남의 과정은 민주의 면접, 출신 학교 법당 방문, 세르비아 출신 러시아어 교사의 선물 등 우연히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연속된 결과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영화 전체의 핵심 키워드인‘재미’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하며, 이는 자연스럽게 두 번째 이야기로 이어지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이야기 ‘낯선 도시의 도망자’는 세르비아 노비사드에서 영화감독 원중과 기자 사라의 인터뷰로 시작된다. 민박집에서 원중과 우연히 다시 마주치는 것처럼 보이는 사라, 원중의 세르비아 애인 등이 얽힌 스릴러가 전개된다. 장의사라는 청부 전문 직업인이 등장하고 위험을 느낀 원중은 베오그라드로 도망간다. 극장 안에서 애인과 함께 있을 때 찾아 온 사라, 애인을 보내고 원중과 사라는 대화를 나눈다. 이 장면은 마치 관객들에게 연극을 보고 있는 느낌을 준다. 스릴러의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 하이 앵글이 적절히 사용된다. 원중의 후배 소녀가 등장하고 달리던원중이 지쳐 무릎을 꿇는 신으로 두 번째 이야기는 끝난다.
세 번째 이야기는 ‘남아있는 관찰자(들)’이란 제목인데 세 이야기 중 스토리 연결이 가장 난해하며, 관객에게 시나리오가 즉흥적으로 연결되어 작성된 듯한 인상을 준다. 태국에 도착한 여행 유투버 원하나의 이야기로 시작되며, 마이클과 돈 박이라는 어둠의 세계 인물들로 인해 두 번째 이야기의 스릴러 분위기를 계속 이어간다. 한편, 태국에 여행 온 민주는 그곳에서 만난 부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 부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며 귀신 이야기로 시작해 인생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대화를 나눈다. 이야기는 후반부에 마이클과 돈이 수영장에서 익사하는 코믹한 전개로 전환되며, 앞의 두 이야기에서 언급되던‘재미’라는 키워드로 다시 연결된다. 결국 다양한 역을 맡았던 배우들이 세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난다. 이처럼 영화는 각 종 장르가 섞여 있는 타국에서의 여정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세 편의 이야기를 연결하는 형식을 보면, 열린 형태의 시나리오에서 출발한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낯선 공간들 속에서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새로운 배역으로 나타나는 설정 또한 신선함을 더한다. 제목의 ‘관찰자’는 단순히 임정환 감독 자신을 지칭할 수도 있지만, 영화 속 어떤 배우들의 시점일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 영화를 통해 다양한 삶의 관찰자가 될 수 있기에 관객 개개인을 관찰자로 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이처럼 느슨하게 연결된 이야기들을 세 편에 담아내면서 관객에게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관찰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