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두 번째 아이> : 상실과 연대

By 이형용

 유은정 감독의 <두 번째 아이>는 감독이 창조한 우화를 골조로 만들어졌다. 땅 아래 우리가 사는 곳과 다른 지하의 세계가 있고 그곳에 있는 그림자가 두 아이 중 한 아이의 몸을 빼앗아 간다는 설정이 그것이다. 우화에 맞추어 영화에는 두 자매가 등장한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우화는 현실이 된다. 언니 수련은 세상에서 사라지고, 남은 동생인 수안이 3년 간의 코마에서 깨어나며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단순히 우화를 재연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우화는 영화 속 판타지적 세계관을 형성할 뿐 영화는 상실, 그 이후의 여파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엄마인 금옥은 상실의 여파를 지켜온 당사자다. 깨어난 수안이 현실에 적응해 가는 동안 금옥은 모녀의 생활을 지탱한다. 3년의 기간이 생략된 덕분에 금옥은 상실의 아픔을 직접적으로 드러내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만 금옥에게 중요한 것은 남아 있는 수안에게 수련의 상실을 적응시키고, 보듬어가는 일이다. 금옥은 상실의 아픔을 겪은 당사자이기도 하지만 그 보호자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금옥은 상담센터에서 일하며 상실의 아픔을 겪고 남은 자들의 연대를 도모한다. 이처럼 영화는 상실의 여파와 더불어 남은 이들의 돌봄을 또 하나의 키워드로 삼는다.

 여기서 영화는 우화의 판타지적 설정을 기반으로 도플갱어 모티프를 추가한다. 이 사람이 그 사람인가 아니면 저 사람인가 혼란을 유발함과 동시에 영화적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밝혀진 집안의 비밀, 금옥은 선택의 순간을 앞두고 고민에 빠진다. 금옥은 입체적 인물로 변모하고, 이야기의 중심으로 한발 들어선다. 금옥은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되는 길을 선택한다.

 영화가 선택한 두 가지 키워드, 상실 후의 여파와 남은 이들의 돌봄과 연대는 금옥의 선택과 함께 흔들리는 것처럼 보인다. 주인공 금옥의 시점을 따라가는 관객은 함께 딜레마를 고민한다. 누가 첫 번째 아이이고 누가 두 번째 아이인가, 순서를 매기는 주체는 누구이며 누가 누구를 선택할 권한을 가지는 가에 대한 의문은 잔존한다.   영화는 결국 결론에 다다라 주제 의식을 지켜낸다. 해법은 서두의 우화 속에 이미 나와 있었다.

 아이는 “나는 내가 좋다”고 말한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우리는 모두 스스로 주체적인 존재이며, 다른 이를 위한 도구적 존재가 아니다. 자신의 가치는 고유하다. 누군가의 가치는 다른 이로 대체될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상실의 순간을 마주할 때 우리는 누군가의 고유한 상실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은 자들의 연대와 돌봄뿐이다.

 오늘날 현실에서 영화 속 그림자는 무엇도 될 수 있다. 가출 청소년의 헬퍼 이야기가 잠깐 등장한 것처럼, 단순히 죽음으로 인한 누군가의 상실로 한정 지을 수 없다. 부재하고 상실된 현실의 많은 것들 앞에서 우린 서로가 서로의 손을 꼭 잡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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