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엄마의 시간> : 뜨겁게 응원하지만, 포착에서 벗어난 다중 플롯

By 이제열
 ​다중 플롯은 여러 개의 잔가지들이 모여 있지만, 그 중 어느 하나도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 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그러면 이런 영화를 하나로 묶어주는 힘은 무엇인가? 바로 아이디어이다다중 플롯은 대게 특정 사회의 이미지를 담아내지만 정적인 논플롯과 달리 한 아이디어를 중심으로 작은 이야기들을 엮어내기 때문에 다중 플롯이 포착한 집단의 이미지에는 생동감이 넘친다다중 플롯을 다루는 작가는 현실과 허구 양세계를 모두 잘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떤 문화나 공동체의 정수를 사실적으로 포착해 내면서도 흥미롭고 풍부한 내러티브를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는 로버트 맥기의 저서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발췌한 문구다. 다르덴 형제의 신작 <엄마의 시간>의 플롯 구성을 잘 설명하는 내용이기에 언급해보았다.

<엄마의 시간>은 벨기에의 청소년 미혼모 보호센터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청소년 미혼모들의 각각의 이야기들을 펼쳐놓는다. 영화는 다중 플롯을 통해 이들의 공동체를 생동감 있게 포착할 뿐 아니라, 청소년 출산이라는 사회 문제를 드러낸다다만 각각의 플롯들은 영화를 끝까지 이끌 만큼 강력한 갈등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로버트 맥기의 다중 플롯 설명과는 상이하다. 각 이야기들은 하나, 하나 풍부한 감정적 절정의 순간을 가지고 있다. 모든 인물들이 뚜렷한 자기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시설에 맡기고 떠난 엄마를 찾고 싶은 제시카단란한 가정을 꿈꾸던 페를라폭력과 가난을 되물리고 싶지 않아서 자신의 아이를 위탁가정에 보내려고 하는 아리안태어난 아이를 위해 마약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쥘리과 그녀의 남자친구 모두 강력한 자기 욕망을 가지고 있고각각의 플롯의 마지막에 이르러 처음 바랬던 욕망과 같든 다르든 바라던 욕망에 대한 해소의 순간을 가지고 있다다시 말해이 영화의 주인공 중 수동적인 인물은 없다청소년 미혼모 보호센터라는 공간그 집단 속에서 감독이 포착하고 있는 인물은 스스로가 자신의 상황을 극복하고자 행동하는 인물밖에 없다. 감독이 포착하고 있는 집단은 능동적 행위가 수반되어 있는 인물로만 구성된 채 관객에게 보여진다그렇다면 <엄마의 시간>이 바라보고 있는 미혼모 보호센터는 사실적으로 포착한 공간과 집단이라고 말 할 수 있을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들의 씩씩한 걸음 걸음에 감명을 받았고 그들의 삶을 응원했다. 감독은 그런 응원을 그려내고 싶었던 것 같고 나도 가슴 뜨겁게 응원했다. 감독이 포착하고 싶었던 것은 희망이었다. 다만 이런 다중 플롯 구조 속에서 응원의 바깥에서 허덕이는 인물의 누락은 특정한 감정으로 관객을 끌고 가기 위한 어떤 취사 선택이 되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든다 공동체, 사회문제의 입체적 모습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는 플롯 구성을 사용했음에도 각각의 인물들의 욕망의 구체성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그 집단의 표본을 아우르지 못해 생생한 포착으로부터 벗어났다는 점이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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