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사랑의 탄생> : 느리더라도 반드시 돌아오는 리액션

By 김미강

​  반드시 지키는 약속이 있다. 반드시 돌아오는 리액션이 있다. 그렇기에 사랑스러운 이 영화가 있다. 세오(한현민)가 지하철에서 자신의 여행에 동행할 사람을 찾는다. 여정을 함께하는 사람에게 명품 캐리어와 그 안에 든 것까지 주겠다 약속하는 세오. 그 약속으로 세오와 소라(이주영)가 만난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의 데칼코마니, 액션이자 리액션이 된다. 공원에서 노숙하는 두 사람은 대칭으로 설치된 벤치에 눕는다. 영화는 계속해서 인물을 대칭으로 배치한다. 마치 사이에 거울을 둔 듯 비슷한 모양으로 누운 두 사람이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 낸다. 강아지, 고양이, 소, 그리고 닭까지 울음을 주고받는다.

 

  공원에서 노숙한 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세오와 소라. 영화는 의도적으로 서로를 바라보는 인물을 담는다. 마주 보는 두 인물을 전체 샷으로 보여준 다음 각각의 클로즈업으로 이어 보여준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지만, 식탁 위에 올려둔 세오의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는 천장을 향하고, 소라의 디지털카메라 렌즈는 세오를 향한다. 삶을 비워내고 싶은 세오와 비워진 것을 채우고 싶은 소라. 세오는 어머니를 잃었고, 소라는 애인을 잃었다. 앞서 세오가 생계를 위해 고층 빌딩 유리를 닦는 장면, 세오는 유리에 비친 백호 인형 탈을 보고 중심을 잃는다.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간신히 줄을 잡은 세오의 몸이 뒤로 넘어간다. 그렇게 세오는 하늘을 바라본다. 그 이후에도 줄곧 세오는 마치 죽은 엄마를 마주 보듯 위를 바라본다. 반대로 소라는 자신 앞에 있는 인간을 본다. 마주 보는 모양으로 배치된 두 인물의 방향이 엇갈리는 순간이다.

 

  소라의 애인 민지(문근영)의 집으로 가는 KTX 안, 소라가 세오에게 다인용 식탁을 선물하기로 약속한다. 캐리어 속에 유서를 품고 다니는 세오에게는 무의미한 약속이지만, 세오는 식탁 디자인을 고른다. 소라가 시장에서 민지의 어머니를 만난다. 레즈비언 딸이 자살한 후, 마을 사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민지 엄마. 참다못해 민지 엄마가 두부를 던지자, 두부를 맞은 아저씨가 다시 민지 엄마에게 두부를 던진다. 조롱하듯 시장에서 주님 찬양 노래를 부르던 목사와 교회 사람들 앞에서 민지 엄마가 같은 노래를 이어 부른다. 액션과 리액션이 이어지는 장면이다. 세오와 소라가 민지의 집에서 식사하는 장면, 세오와 소라가 나란히 앉아 민지 어머니를 마주한다. 분명 마주하는 소라와 민지 엄마지만, 이때 카메라는 소라와 민지 엄마의 시선을 서로 교차하는 구도로 담는다.

 

  민지의 집에서 묵게 된 세오와 소라. 새벽의 정적 속에서 세오를 닮은 별무늬 얼룩소의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어서 닭 울음소리가 아침을 깨운다. 공원 벤치에 누워 동물 울음소리를 흉내 내던 세오와 소라의 액션에, 느리지만 리액션이 돌아오는 순간이다. 캐리어 속 유서를 바다에 띄우고, 어머니의 유골을 뿌린 세오, 그는 삶을 비우기 위한 여정을 마무리한다. 기차역에서 소라에게 약속한 캐리어를 건네는 세오. 삶을 비우고 싶었던 세오가 텅 비어버린 캐리어를 소라에게 건넨다. "진짜 가져도 돼?"라는 물음에 답을 받은 소라가 기꺼이 캐리어를 받는다. 느리지만 약속을 지키는 이 영화처럼, 세오는 삶을 끝내기로 한 약속을 지킬까. 이때 소라가 말한다. "식탁 만들어주기로 했잖아." 이기적인 가구가 아니라서 식탁이 좋다는 소라는 그 약속으로 세오의 삶을 붙잡는다. 영화가 그동안 보인 믿음으로 봤을 때, 영화가 끝난 뒤 소라는 반드시 그 약속을 지켰을 것이다.

 

  소라와 헤어지고 번지점프를 하러 간 세오. 그가 허공으로 뛰는 순간, 번지점프 줄이 화면을 둘로 가른다. 줄곧 인물 사이에 거울을 둔 채, 대칭으로 인물을 배치하고 그사이에 엇갈리는 시선을 담던 영화. 줄이 팽팽히 당겨지고 곧 세오의 몸이 위로 튀어 오른다. 그렇게 이분할의 화면에 조그마한 틈이 생긴다. 깨진 대칭의 틈으로 사랑이 탄생한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