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트루먼의 사랑> : 이분법의 세계에서

By 정연우

누군가를 사랑할 때. 때로는 내가 아닌 것 같다. 오류가 생긴 것처럼 삐걱대기도 하고, 들뜬 감정은 하늘 끝까지 솟구쳤다가도, 문득 이해받지 못한다는 외로움에 곤두박질친다. 사랑은 종종 스스로를 낯설게 만든다. 낯선 감정 앞에서 당황하고 흔들리다가도, 문득 나와 비슷한 감정을 가진 사람을 마주치면 묘한 동질감을 느낀다. 그렇기에 사랑은 기쁨과 슬픔, 자기 확신과 자기 의심이 한데 뒤섞인 감정의 총체일 것이다.


지하철 플랫폼 한 가운데 여자가 쓰러져 있다. 현식(배유람)은 차마 지나치지 못하고 여자를 흔들어 깨운다. 깨어난 지연(이주우)은 현식에게 자신이 ‘트루먼’이라고 한다. 김덕중 감독의 <트루먼의 사랑> 속 세계에는 ‘트루먼’이라는 유형의 인물이 존재한다. 영문 모를 말이 허공에 울려 퍼지면, 세상은 잠시 멈춘다. 이 ‘에러’가 발생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똑같은 행동을 반복한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오직 트루먼만이 주체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9개월 뒤, 현식은 자신도 트루먼이라 주장하며 지연과 재회한다. 지연, 현식, 지연의 남자친구 문성(김신비), 세 사람은 이곳을 나갈 방법을 고안한다. 


<트루먼의 사랑>에서 ‘​이 사람이 진짜 트루먼인가?’​ 따위의 질문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인물이 무엇을 느끼는지가 중요하다. 그렇기에 필연적으로 로맨스를 수반한다. 세 인물은 동질감을 느끼며 결속을 다지고, 각자가 직면한 에러에 어떻게 대처할지 궁리한다. 이때 각 인물이 에러를 대하는 태도는 사랑을 대하는 방식과 유사하다. 지연은 나와 이곳을 벗어나 뉴질랜드로 떠나줄 사람을 찾고, 문성은 지연을 사랑하지만 신중하고, 현식은 그저 함께이면 좋다.


카메라는 주로 인물을 멀리서 포착하며, 전지적 시점 숏이 자주 사용된다. 하늘에서 인물들을 내려다보는 것 같은 구도나, 문성이 CCTV를 보는 장면은 영화 속 인물들이 마치 <트루먼 쇼>(1998)의 트루먼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트루먼 쇼>처럼 외부의 통제를 고발하거나 그곳을 벗어나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영화의 후반부, 문성이 미스테리한 인물을 좇으며 장르가 잠시 바뀌는 듯했다가 곧이어 흐름을 되찾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트루먼의 사랑>은 세계 속의 ‘나’를 인식하고 ‘나’와 함께할 이는 누구인지 살핀다. 이것은 그들의 ‘쇼’가 아닌 ‘사랑’이야기 이므로.


이처럼 <트루먼의 사랑>은 오류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서로를 불신하지 말고,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 사람의 이야기는 혼란스러운 현실 속에서도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타인과 연결되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낸다.​ 결국 이 영화는, 불완전한 세계 속에서도 사랑이 어떻게 인간을 지탱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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