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내가 여자가 된 날> : 차도르와 자전거, 그리고 바다

By 박소연

마르지예 메쉬키니 감독의 『내가 여자가 된 날』은 세 개의 짧은 이야기로 엮여 있지만, 사실은 한 여성의 인생을 세 갈래로 쪼개어 보여주는 듯하다. 어린 시절, 결혼 생활, 그리고 노년까지. 화면 속 세 여성의 삶과 시간은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연결된다. “여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하바는 아홉 살. 아직은 놀기를 좋아하는 아이다. 하지만 정오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순간, 그녀는 더 이상 자유롭게 놀 수 없는 ‘여자’가 된다. 머리카락은 차도르로 가려야 하고, 소년 하산과의 우정도 금지된다. 바닷가에서 물고기 장난감과 바꾼 스카프가 돛이 되어 바람을 타고 멀리 나아가지만, 하바의 자유는 정오의 그림자처럼 사라졌다. 남겨진 것은 무거운 검은 차도르뿐. 그녀가 “여성”으로 규정되는 순간은 곧 금지와 단절의 시작이다. 이 장면에서 스카프와 파도, 차도르와 그림자는 모두 경계와 억압을 시각화하는 은유적 장치로 작동하며, 소녀가 잃어버린 세계와 다가올 굴레를 동시에 상징한다.

 

두 번째 이야기의 아후는 자전거를 탄다. 바닷가 도로 위를 질주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지만, 곧 뒤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온다. 남편, 중매인, 가문의 어른들까지. 말발굽은 하나둘 늘어나며 그녀를 끌어내리려 한다. “내려라, 너의 인생으로 돌아오라.” 수없이 반복되는 명령은 여성의 욕망을 억누르는 사회의 목소리 같다. 그러나 아후는 내리지 않는다. 그녀의 자전거는 끝을 모르는 시합이자, 멈추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저항이다. 질주하는 페달은 억압 속에서도 이어지는 자유의 맥박처럼, 관객에게 그 긴장감을 고스란히 전한다.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후라는 노년의 여성이다. 그녀는 유산을 받자, 평생 하지 못했던 소비를 시작한다. 손가락에 묶어둔 물건을 상징하는 실들을 하나씩 풀며 물건들을 사 모으고, 바닷가에 늘어놓는다. 그것은 늦게나마 자신만을 위한 세계를 펼치는 의식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자유는 너무 늦게 찾아온 선물이다. 후라는 배를 향해 나아가지만, 관객은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여성은 이렇게 늦게서야 비로소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가? 바닷가 위에 늘어놓은 물건들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니라, 이제껏 억눌린 욕망이 눈에 보이는 형태로 흩뿌려진 흔적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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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인물의 이야기는 결국 서로를 비춘다. 하바의 억압은 아후의 저항으로 이어지고, 아후의 저항은 후라의 늦은 자유에 도착한다. 영화가 말하는 “여자가 됨”은 단순한 성장의 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강요한 규율의 이름이며, 동시에 그것을 벗어나려는 끝없는 몸부림이다.

 

메쉬키니 감독은 서정적인 은유로 여성의 삶을 압축한다. 바닷가, 자전거, 차도르 같은 이미지들은 억압과 자유의 갈등을 상징하는 시어(詩語)처럼 반복된다. 영화는 특정 지역의 이야기를 넘어, 전 세계의 여성들이 겪어온 보편적 현실을 호명한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여자가 된다는 것, 그것은 성장인가, 아니면 속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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