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흐르는 여정> : To a good death

By 고희권

주인공 춘희는 존엄사를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다. 도입부부터 그녀는 스위스의 조력자살 서비스를 예약해둔 사람이다. 영화는 존엄사를 선택한 사람이 죽기까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존엄사를 둔 수많은 논의는 죽음을 선택한다는 행위가 옳고 타당한 것인가 또는 존엄사가 제도적으로 인권,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었지만 이는 ‘죽음’이라는 행위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스스로 선택한 죽음 가운데 존엄한 죽음이란 무엇이냐는 물음은 포커스의 뒷 편에 서 있었다. 영화는 이미 죽음을 결심한 춘희를 통해 존엄사에 대한 사유를 배려라는 기준을 통해 담담히 끌어온다.

 

영화는 춘희를 중심으로 아파트를 배경으로 해 유사가족의 서사가 첨가된다. 남편과의 사별 이후 이사 온 춘희, 이름도 모를 친모를 찾아 외국에서 온 민준, 천재적 피아노 재능을 가졌지만 부모님을 잃은 성찬은 노년, 중년, 소년을 대표하며 이들의 만남과 각자의 치유를 그린다. 

 

다소 평이할 수 있는 설정과 인물의 평면성 그리고 서사의 설계, 감독은 춘희는 착한 엄마, 민준은 착한 아들, 성찬은 착한 손자라는 설정, 그들의 화합과 사랑이 담긴 세계를 끝까지 끌고 나간다. 서사에 특별한 왜곡을 그리진 않고 좋은 사람으로 시작해 좋은 사람으로 끝난다. 다른 인물들 역시 급격한 변화나 성장을 맞이하진 않는다. 춘희는 그녀가 가진 소박한 것들을 주위 사람들에게 물려주고 그들의 미래를 위해 치유해 주려 노력한다. 영화는 인연으로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을 끝까지 유지하여 존엄사에 접합하고 있다.

 

흐르는 여정 속에서 춘희의 죽음에 대한 장황한 해설이나 존엄사에 대한 과잉사변은 필요 없다. 서사들은 불교 경구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을 차용해 톤앤매너에 자연스레 녹이고 있다. 인생무상을 관통된 주제로 설정하고 있는 영화는 욕심 없이 자신의 것들을 내어주는 춘희를 통해 그녀의 인생관을 비추거나 인물의 전사를 통해 춘희의 선택을 평가하지 않으며 그저 영화 속 프레임에서 벌어지는 따뜻한 여정을 강조한다. 춘희의 선택이 타당한가에 대한 설명이 아닌 그녀의 선택 이후의 삶을 지극히 바라본다.

 

사람은 결국 사라지고 손때 묻은 물건과 남겨진 자들과의 추억만 남는다. 이 세상 원리를 의연한 질서처럼 보여준다. 춘희는 남은 시간을 돌봄과 나눔, 이별의 순서로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타인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어준다. 이 영화는  ‘존엄함’이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존중 속에서 발현될 수 있음과 그들이 세상에 남기는 마지막 배려로 정의하면서 그들의 관점에서 생각하기보다는 그들의 외부에서 찾아 들어가 해답을 제시하려는 도식적인 논의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전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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