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미러 No.3 > : 투영된 위로

By 은보람

서로를 마주보는 우리는 대상 그 자체가 아니라 비춰진 상을 바라본다. 하지만 영화 속 상은 그 반양 조차 완전히 어긋나 있다. 상은 대상 그 자체도 아니며 투영된 상으로서 조차 안착하지 못한채 부유한다. 다만  < 미러 No.3 >의 상은 각자에게 제3의 어떤 것으로서 존재한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비춰진 상으로만 존재한다. 그렇기에 상은 존재의 본질과 결코 일치할 수 없다. 영화는 이 필연적인 모순을 정교하게 포착한다. 상과 본질의 분리라는 철학적 사유에서 출발해, 결국 인간에 대한 따뜻한 위로로 나아간다.

 

페촐트의 영화는 종종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들을 그려낸다. <미러 no.3> 역시 마찬가지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바라보지만, 끝내 도달하는 것은 상대의 본질이 아니라 비춰진 상에 불과하다. 그들의 대화와 행동은 어긋나고, 진실은 미끄러져 나간다. 그러나 바로 그 어긋남 속에서 오히려 인간다운 온기가 피어난다. 서로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함에도, 아니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상대에게 위로가 된다.

 

영화는 처음에는 그들을 ‘미쳤다’고 말한다. 이치에 맞지 않는 방식, 사회의 규범에서 벗어난 태도를 은근히 조롱한다. 불시의 사고로 등장한 여자를 대하는 그들의 행동에서 관객 역시 처음에는 그 시선을 공유하며 인물들의 방식을 낯설게 바라본다. 그러나 서사가 깊어질수록 영화는 그 낯섦을 전복시킨다. 상식에서 벗어난 그들의 방식이 사실은 삶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에 영화는 이렇게 속삭인다. “어떤 방식이든 위로받아도 된다.” 정해진 규범이나 이치와 무관하게,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존재가 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나는 스크린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영화가 전하는 위로는 단순히 인물들을 향한 것이 아니라 관객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나는 누구의 어떤 상으로 존재하는가? 그리고 나는 누구의 위로가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따라왔다. 본질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어긋남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의 거울이 되어 살아간다. 영화는 그 사실을 따뜻하게 확인시켜준다.

 

결국 <미러 no.3>는 삶에 상처받은 누군가를 위한 영화이자, 앞으로 필연적으로 상처받을 사람들을 위한 영화다. 우리는 본질과 상 사이의 간극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살아가지만, 그 모순을 인정할 때 비로소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페촐트의 영화는 차갑고도 따뜻하다. 철학적 성찰을 바탕으로 하지만, 끝내는 인간적인 연대의 감각으로 가닿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가슴 한쪽을 먹먹하게 한다.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이자, 동시에 서로를 감싸 안는 위로의 거울. 그것이 내게 <미러 no.3>가 가장 뚜렷히 투영한 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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