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단잠> : 균형을 통한 감정의 절제

By 박재용

이번 비전 부문의 한국 작품 중 다수의 작품이 상실(고통)과 치유의 과정을 주제로 삼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가 여러 방면에서 서로에게 고통을 가하고 있고, 그것을 치유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을까 싶다. 이광국 감독의 <단잠> 역시 이러한 차원에 속하겠다. 한 가정의 아버지가 스스로 삶을 마감하였다. 인선(이지현)에게는 배우자이고, 수연(홍승희)에게는 아버지이다. 서로에게 다른 존재인 만큼, 각자에게서 차지하는 그 사람의 의미나 영향력마저 다르겠다. 이러한 서로 간의 차이로 인해 아버지를 여전히 보내드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화는 이러한 서로의 상실을 균형과 절제를 중심으로 조심스레 치유해 나간다.


일반적으로 가족의 상실과 그 치유를 다루는 영화와 비교하여, <단잠>이 인물, 혹은 우리의 감정을 다루는 방식은 절제되어 있다. 즉 감정의 고조를 경계한다. 그리고 이는 카메라와 서사의 균형에 기인한다. 카메라는 인물의 감정과 동기화된 듯, 그의 감정이 고조될 때마다 인물에게 다가가며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반면 서사는 무언가 핵심을 말하지 않는다. 아버지의 자살을 비롯한 여타 ‘원인’을 명확히 밝히려 들지 않는 태도를 끝까지 견지한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그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다르게 말하면 영화는 굳이 인과관계를 밝혀서 그들의 감정에 빠져들도록 유도하지 않는다. 이로써 우리는 가족의 상실에 관해 감정적 격동에 휘말리지 않으면서도, 그들을 이해하고 우리의 모습을 투영해 볼 수 있게 된다.


또한 이번 영화에서도 이광국 감독 영화의 특징이라 볼 수 있는, 환상 혹은 과거와 현실의 혼재가 나타난다. 현재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환상인지 과거인지 분간이 안 되는 상황이 돌발한다. 영화가 흘러가다 어떤 특별한 장치도 없이 죽은 남편이자 아버지가 자연스레 등장하는 것이다. 언뜻 보면 난해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어느 정도 잘 맞아떨어진 형식인 듯하다. 가족 중 한 명이 자살로 삶을 마감한 이후, 유가족의 삶을 잘 표현하였다. 그들은 이후의 삶을 살아가는 도중에도 불시에 과거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자신의 행동이 그의 결심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것을 바로 잡을 순 없는 것이었을지, 끝없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한 유가족의 후회를 감독 자신의 대표적 스타일과 잘 융합하였다.


이광국 감독은 이전부터 자살 유가족에 관한 관심이 많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에 관해 우리가 무엇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짐작하는 것, 그리고 이후 남은 이들에게 무조건 적으로 고통과 위로에 대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을 주의하고자 하였다고 전한다. 그러한 감독의 태도가 이번 영화를 통해 잘 표현되었다. 자살률이 멈출 줄 모르고 치솟는 현실에 관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중요하지만, 유가족에 대한 우리의 태도 역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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