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누벨 바그> : 미래를 위한 과거로의 시간여행

By 이지섭

 <누벨 바그>는 1959년 프랑스에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가 세상을 들썩이기 시작할 때, 그 중심에 있던 장뤼크 고다르의 시작을 담고 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시간을 매우 잘 활용하는 감독이다. <비포 시리즈>, <보이후드>처럼, 억지로 시간을 빨리 감지 않고 자연스럽게 흘려보낸 후 얼굴에 묻어난 현재를 아주 세심하게 담아낸다. 그런 감독이, 이번에는 과거를 현재에 다시 불러일으켰다. 

 

최근 할리우드에서는 인물의 전기 영화를 하나의 활로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최근 적지 않은 전기영화가 미국에서 개봉하고 있다. <보헤미안 랩소디>와 <로켓맨> 최근 개봉한 <컴플리트 언노운>, 그리고 곧 개봉할 <마이클>까지. 근데 이런 영화들은 하나의 잘 만든 ‘전기영화’로 느껴진다. 이 영화들을 보면 영화 속 인물들이 실존했고, 실제 발생한 일이었다는 것을 망각하게 된다. 잘 만들어진 인물과 잘 짜인 사건을 통해 잘 만든 보통의 영화 한 편을 보는 느낌이다. 서사 또한 고전적 영웅서사와 유사하다. 서사 구조에 실제 사건들을 각색해서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이런 영화들은 결국 전기영화의 장르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면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누벨바그>도 이전 전기 영화들의 성공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일 수 있다. 

 그런데, <누벨 바그>는 앞의 영화들과는 조금 다른 듯하다. 전기영화의 본질은 결국 재연이다. 얼마나 비슷하게 실존 인물을 묘사하느냐. 얼마나 닮았느냐. 더 나아가 재연 당시 세계를 얼마나 잘 구축했느냐가 전기 영화의 퀄리티를 만들어낸다. <누벨 바그>를 보면, 충실하게 재연한 전기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1959년 <네 멋대로 해라>의 촬영 현장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1.35 : 1의 화면비, 적당히 흔들리는 카메라, 필름 질감의 화면은 <누벨 바그>는 분명히 영화라는 것을 보여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영화를 보고 있다는 자각마저 잊게 만든다. 그 당시의 영화적 환경마저 고증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서사 또한 한몫 거든다. 보통의 영화들은 주인공이 목표를 향해 달려가며, 주변 인물이 보조 혹은 걸림돌이 된다. 그리고 주인공이 시련을 극복하는 방법은 꽤 보편화되어 있다. 하지만 <누벨 바그>는 이러한 서사와 인물의 관계가 뒤집혀 있다. 주인공 장뤼크 고다르는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영화 제작을 이어 나간다. 주변 인물들은 오히려 정석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자 주장하며, 그러지 않는 장뤼크 고다르의 행동에 당혹감을 느낀다. 감독이라는 권력을 쥔 장뤼크 고다르가 다른 제작진들의 걸림돌이 된 것 같은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역설적으로, 주인공의 행동이 보통의 영화들과 달라지니 인물들이 살아있다고 느껴진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은 조사와 연구, 기록에 기반해 철저히 사실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누벨바그 속하는 감독들이 현대 영화에도 영향을 미칠만한 대단한 업적을 남긴 것은 맞다. 특히 장뤼크 고다르, 프랑수아 트뤼포 같은 인물들은 흔히 말하는 영화의 신이라는 타이틀에 적합한 사람을 찾을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이 너무나도 신격화된 나머지, 이들의 영화 인생이 처음부터 완벽했을 것이라는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는 당시누벨바그젊은이들, 특히 장뤼크 고다르의 처음을 매우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역시 다른 신예 영화인들과는 다름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고, 영화 촬영이 시작됐을 때는 누구보다 다른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여전히 살아 쉬는 명작을 만들어냈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이 시간여행에 가까울 정도로 완벽하게 < 멋대로 해라> 제작기를 현재에 다시 불러일으킨 것은, OTT, VR, IMAX, 4D 등을 통해 영화적 형태가 달라지고 있고 극장의 생기가 줄어들고 있는 지금, 신이 거장의 사람다움을 보여줌으로써 새로 시작할 젊은 영화인들이 다른 물결을 일으키길 희망한 것은 아닐까.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