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공존이라니, 웃기시네> : 평등 위의 공존

By 박태향

 다큐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다. 몇년 전 아녜스 바르다의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을 보고 다큐가 이렇게도 따뜻한 감동과 울림을 주는구나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가끔 다큐를 고를 때가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루거나, 이란, 이라크처럼 평소 보기 힘든 중동지역의 다큐로 그 나라의 실상을 기사와 달리 영상으로 좀 더 생생히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한편 한편 보면서 시각도 깊어지고 넓어졌다.

 

 이 작품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을 다루고 있으나 흔히 보아왔던 것과는 결이 아주 다르다. 눈앞에서 총과 대포가 난무하며 떨리는 카메라로 공포에 떠는 얼굴들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비참한 실상을 폭로하지 않는다. 평화운동가 노암 슈스터 엘리아시는 이란계 유대인 어머니와 루마니아계 유대인 아버지 아래 유대인과 아랍인이 함께 사는 네베 샬롬, 일명 '평화의 오아시스'라는 공동체에서 인종, 피부색, 종교적 분쟁 상관없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왔다. 그녀의 베스트 프렌드는 아랍인이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의 해묵은 분쟁에서 그녀는 이스라엘 강경파의 목소리를 따르지 않는다. 

 

 스탠딩 코메디언의 목소리로 웃음과 함께 밝게 평화에 대해 얘기한다. 다큐를 보는 내내 우리는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린다. 그녀 가족들 전체가 농담을 주고받는 가정적 분위기에서 자랐음을 알 수 있으며 그녀는 진정 사람들을 웃기고 싶어한다. 이 영화의 독특한 매력은 그녀가 이란계 유태인이면서 전쟁의 종식과 평화를 바라는 이스라엘 좌파라는 점과 코메디로 평화를 주장하는 점이 그간 쉽게 볼 수 없었던 지점이며 성찰과 감동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이다.

 

 UN에서 평화를 위해 일하다 실패하고 정치가 하고 싶었는데 코메디에서 대통령역을 맡은 분이 실제로 대통령이 되는 것을 보고 먼저 코메디를 하게 되었다는 계기부터 털어놓으면서 관객은 그녀에게 웃을 준비가 되었다. 실제 스탠딩 코메디무대에서 그녀는 관객의 배꼽을 쥐게 만드는 내내 코메디의 외피를 입고 네타냐후 총리를 비판하고 평화를 외친다. 영화의 제목은 그녀의 코메디 코너 제목이다. 공존을 주장하면서 이 제목은 뭐람? 진정한 공존을 알리기 위해 제목도 아주 맞춤형이다.

 

 전반부는 그녀의 코메디를 보며 웃음짓다 후반부, 코로나를 겪어내고 2023년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공습으로 이스라엘 국민들은 들끓는 분노의 복수를 시도하며 분위기가 격하게 달라지자 그녀도 고민에 빠진다. 결국 시위 현장에서 평화를 향한 메시지를 쏟아낸다. 우리는 정치적 상황을 코메디 소재로 쓰는 그녀의 농담에 웃음을 터뜨리다 평화를 주장하는 그녀 목소리에 빠져든다. 점령과 억압이 공존하는 곳에서는 진정한 평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 공존은 평등 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간명한 메시지를 외치는 그녀에게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평화를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시위를 한다고 전쟁이 종식될까?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없는 분쟁 지역 국민들의 삶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이 삶과 죽음이 오가는데 정치 지도자들의 결단이 촉구되는 상황에 시위와 성금 만으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웃음 뒤의 씁쓸한 맛이 오래도록 남는다. 피는 피를 낳고 무고한 인명피해만 늘 뿐이다.

 

영화 내내 결혼하라는 가족들 압박이 있었는데 말미에 그녀는 결혼식 장면까지 우리에게 유머로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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