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시라트>는 모든 사람이 건너야 하는 지옥 위의 다리, 그 다리는 머리카락만큼 얇고, 칼날처럼 날카롭다. 시라트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나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은 사막에서 펼쳐지는 레이브 파티의 준비부터 즐기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사라진 딸의 행방을 묻는 부자가 나온다. 그러고도 30분은 지나고 나오는 타이틀 <시라트>는 이 영화가 오프닝부터 심상치가 않다는 강렬한 느낌을 준다.
아빠 루이스와 아들 에스테반은 5개월 전 사라진 큰 딸 마르가 레이브 파티에 갔다는 정보만 듣고 그를 찾아 레이버들에게 딸의 행방, 다음 레이브 파티 정보를 구한다. 루이스는 다음 번 레이브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가는 자드 일행을 따라 사막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시라트>는 음악이 강렬하다. 레이브 파티의 밤, 사막의 바위로 레이저가 비추고 많은 사람들이 EDM, 테크노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흔드는 모습, 새벽까지 춤을 추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도 기억에 남는다. 스크린 속 사막을 질주하는 자드와 토냉의 트럭 옆에 조쉬, 비기, 스태프의 트럭이 합류하고, 마지막으로 루이스의 밴까지 들어오면서 비트가 한 겹씩 한 겹씩 겹쳐지며 음악이 완성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레이버들은 히피, 약쟁이, 몸이 불편한 인물 등 레이브 파티를 즐기면서 쾌락을 좇으면서도 서로를 돌본다. 그들이 몸을 맡기는 강렬한 음악은 루이스에게는 소음이다. 루이스는 레이버도 딸도 이해를 못 하지만 그들과 여정을 함께 하면서 서로를 이해한다. 영화의 전반부의 음악은 강렬하고 긴장감을 준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이 힘들겠지만,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라게 된다. 자드가 터져버린 앰프에서 나오는 음악 소리를 루이스와 들으며 대화하는 장면이 아름다웠다.
영화의 후반부의 음악은 전반부의 강렬하고 비트있는 음악과는 다른 신비롭고 오컬트적인 음악으로 바뀐다. 그리고 나래이션의 시라트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드는 장면에서 그런 음악은 정점으로 간다. 영화는 음악, 이미지가 매우 감각적이고 강렬하게 다가왔다. 엔진 소리 같은 테크노 음악, 현실을 잊고 비트에 몸을 흔드는 레이버, 처음에는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그들에게 의지하고, 서로 돕는 루이스도 음악에 몸을 맡긴다.
오랜만에 영화를 보면서 기력이 실시간으로 소진되었다. 머리를 쥐어뜯고, 눈과 귀를 막으며, 심지어 비명까지 질렀다. 그런데 이게 영화가 아닌 현재 전쟁으로 혼란스러운 세계 정황이라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웠다. 영화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무섭도록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래서 더 힘들고 두렵기도 했다. <시라트>는 영화란 극장에서 관람하는 경험, 많은 이들과 몰입하는 체험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