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 비전
아코디언 도어? 처음에 영화 제목을 보았을 때 무엇을 의미하는 건지 감도 오지 않았다. 영화 속 아코디언 도어를 몇 번 마주하면서 아코디언처럼 접었다가 펼칠 수 있는 커튼 모양의 문임을 알게 되었다. 감독은 왜 아코디언 도어를 영화 제목으로 정했을까?
영화에는 아코디언 도어, 커튼 등 분리된 공간을 순식간에 연결하는 장면이 몇 번 나온다. 지수가 9살 때, 부모와 방문한 과학관 화장실의 아코디언 도어, 양호실과 병원의 커튼, 지수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는 카페의 아코디언 도어 등등. 영화의 주인공인 지수(문우진)는 아코디언 도어의 불안정한 문 안쪽에 있으며, 누군가에 의해 강제적으로 문이 열리면서 급작스레 조우하게 되는 상황에 놓치게 된다. 아코디언 도어로 잠긴 문, 커튼은 누군가에 의해 쉽게 열릴 수 있는 불안정한 공간이기에 그곳에 있는 지수는 뭔가 흔들리고 불안해 보인다.
<아코디언 도어>는 평범했던 어린 날, 미아가 되었을 때 찾아온 이상한 존재가 글쓰기 재능을 주었다고 믿는 문학소년 지수가 전학해 온 축구를 너무나 좋아하고 잘하고 싶은 축구 소녀 현주(이재인)를 만나면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수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 이상한 꿈을 꾸게 된다. 지수는 성장클리닉을 주기적으로 다니고 의사는 그에게 꿈이 어땠는지 묻는데, 지수는 현주를 만나고 나서 이상한 꿈을 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중학생들의 첫사랑 이야기? 성장담? 처럼 흐르다가 한 사건이 일어나고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이야기로 전개된다. 남자가 여자를 해하는 현실의 뉴스가 떠올리는 지점에서 영화 보기가 힘들었고, 지수와 현주의 마지막 대화에서 과거에 내가 겪었던 경험들이 올라왔다. 아코디언 도어의 문이 열리듯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열어버렸다.
영화는 어렸을 때 반짝이던 전성기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건드리는 지점이 있었다. 나도 뭐 그중 하나이고. 지수는 글을 잘 써 글쓰기 대회의 트로피를 휩쓰는 재능을 반짝이는 소년이다. 현주는 축구를 사랑하고 자신이 축구로 갈 수 있는 길을 끝까지 가보겠다고 결심하는 재능보다는 노력이 더 돋보이는 인물이다. 두 인물을 대비하고, 그들이 갈등하고, 자신의 흥미이자 꿈을 향하는 모습을 보다가 “어차피 평범해질 운명이었다.”라는 영화 속 대사에서 나도 나의 치기 어린 시절을 생각하게 되었다.
지수는 일상에서 특정 요소들을 겪으면 어린 시절의 한순간으로 돌아간다. 그것은 아코디언 도어처럼 순식간에 열려 기습적으로 그를 덮친다. 나도 주인공의 모습, 대사에서 그 시절이 상기되었다. 그리고 현재의 내가 그때의 나로부터 얼마나 멀어졌는지, 그런데도 그때의 나와 맞닿아 있는 부분은 얼마나 남아 있는지를 오랜만에 생각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