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두 번째 아이> : 균열이 뻗어나가는 순간

By 김예은

 죽음은 가장 잔혹한 이별이다. 갑작스러워도, 예정이 있어도 남겨진 자들에게는 지워지지 않을 상처를 남긴다. 모든 죽음은 유가족에게 가혹하지만, 특별히 더 서글픈 것이 있다면 부모보다 아이가 먼저 죽는 일일 것이다.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는 그 빈자리를 끊임없이 더듬고 부재를 곱씹는다. 격해지는 감정 속 가족의 균열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 아이>에서 나타난 균열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 균열은 가족을 넘어 누구에게까지 닿아 있을까?

 

 어린 두 자매의 동화 이야기로 영화의 문을 연다. 동화는 아직 어린 소녀들에게는 공포스러운 내용이다. 그 때문인지 수안(박소이)은 결국 악몽까지 꾸고 만다. 그러나 그 악몽은 이내 현실로 변모한다. 수안은 3년간 혼수상태에 있다가 깨어난다. 깨어난 후 언니 수련(유나)를 찾지만, 언니는 찾을 수도 없고 엄마 금옥(임수정)은 말을 아낀다. 결국 수련의 자살 소식을 알게 되지만, 코마 상태가 한순간 꿈에 불과했던 수안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죽음이다. 수안이 느낄 당혹감은 공간의 분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태어나자마자 살았던 주택과 달리 새로운 거처인 아파트는 수안에게 낯선 공간이다. 믿기지 않는 사실, 낯선 공간, 악몽 같았던 마지막 기억은 수안의 불안을 고조시킨다.

 

그때 재인이 등장한다. 죽은 수련과 닮은 재인의 모습을 보고 당황하는 건 수안만이 아니다. 동요는 잔잔한 호수 속 파문처럼 인물들의 얼굴에 퍼져나간다. <두 번째 아이>는 어린 소녀 수안의 시선이 주가 되어 있다. 그래서 다 큰 성인만큼 이성적이지 않다. 순진하고 상상력이 풍부한, 자극에 약한 아이의 시선이기에 동화는 극히 공포스럽다. 판타지다운 환상은 터무니없는 망상이 아닌, 섬찟한 감각을 한껏 끌어올린다. 공포라는 감각은 균열이 퍼져나가듯 나뭇가지처럼 자라난다.

 

 한편 엄마 금옥의 시선을 따라가 보자. 지나치게 아이의 시선으로 흐르는 걸 방지하기라도 하듯, 금옥의 시선은 이성적이다. 하지만 아이를 잃은 어미답게 그 이성은 눈동자처럼 여지없이 흔들린다. 흔들리는 이성은 천천히 흐려져, 아버지가 남긴 말을 수용하게 만든다. 이후 움직임은 절박하다. 새끼를 잃은 짐승처럼 이성은 없고 감정만 남는다. 몰아치듯 금옥, 수안, 수련의 말과 행동이 뒤섞인다. 그 모습은 이별을 겪은 유가족이 있는 힘껏 내지르는 발악처럼 느껴져 안타깝다.

 

 <두 번째 아이>는 균열의 형상화를 보는 듯하다. 동화 속 그림자가 퍼져나가는 모습은 유가족이 무너져 내리면서 생기는 균열의 흔적과 닮아 있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려다 산 사람을 잡기라도 하려는 듯, 그 균열은 지독하고 고통스럽다. 동화에서 판타지로, 판타지에서 공포로, 공포에서 다시 동화로. 유기적인 움직임은 이내 우리 감각에 맞닿는다. 뻗어나가는 균열이, 결국 우리에게도 오고야 마는 것이다. 균열이 만들어낸 혼돈에 잠식되어 버린 인물들처럼 우리 또한 그렇게 될 것인가. 아니면 침착하게 한 발 뒤에 물러나 있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은 영화를 본 관객만이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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