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리틀 시스터> : 나는 나로 살아간다

By 김주영

        어스름 푸른 빛이 감도는 새벽, 완벽한 부르카를 갖춰 입은 한 여인이 작은 방에서 열심히 기도하는 것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기도가 끝난 후, 이 여인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는 모든 사람의 생각을 배반할 듯 아주 보이시한 모습으로 요리하고 있는 엄마와 언니들에게 다가온다. 아버지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예의 찐 자매처럼 가볍게 말대꾸를 주고 받는다. 엄마에게 다정한 인사를 보내는 그녀는 만들어지고 있는 음식을 손가락으로 집어 먹으며 언니들에게 핀잔을 듣는다. 화면에는 복닥복닥하고 화목한 풍경이 펼쳐진다. 고등학교의 마지막을 마무리하고 있는 파티마는 이렇게 독실한 무슬림 집안의 다정하고 다복한 환경에서 정말 신실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늘 어딘가 모를 불안의 침묵이 가득하다. 

 

 파티마의 소위 여성스럽지 않은 스타일과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관객은 그녀가 침묵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운동을 좋아하고 아직은 어릴 때부터 앓고 있는 천식이 완쾌되지 않았으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하지만 남친이라 여기고 있는 이에게 무덤덤한 자신의 내면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래서 졸업시험을 치를 즈음 데이트 앱을 따라 그녀는 여러 여성을 만나보기 시작한다. 이러한 파티마의 인생 첫 모험은 스스로를 철저히 감추고 자신을 만나러 오는 여인들을 열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매력적인 과묵함을 드러내는 파티마를 향해 나오는 모든 상대는 매우 호감을 느낀다. 그리고 천식 치료를 위해 참여한 모임에서 데이트 앱에 소개된 지나를 운명적으로 만난다.

 

 이렇게 자신의 근원적인 모습을 탐구해 가는 파티마는 오히려 좋은 상대를 알아보는 엄청난 감각을 가진 듯 보인다. 고등학교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이나 대학에 와서 절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모두 다 자유분방하고 충분한 이해심을 가지고 있다. 돌발적이고 엉뚱하면서도 파티마를 배려하는 그런 친구들에게 그녀는 본능적으로 끌린다. 그렇게 자유롭게 성소수자들을 비롯한 여러 사람과 즐겁게 지내며 파티마는 조금씩 자신을 찾아간다. 그러나 마음 깊숙이 박혀있는 무슬림이라는 또 하나의 정체성은 여전히 그녀를 옥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신실한 마음을 가진 열정적인 종교인이지만 성소수자의 고충을 무시하는 이맘에게 마음을 다치는 무서운 충고를 듣는다. 게다가 진심을 다한 첫사랑인 지나로부터도 버림받는다.

 

 모든 상처와 아픔을 달래며 그녀는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모든 상황에서 더 단단하게 중심을 잡는다. 모든 편견이나 장애물 앞에서 그녀의 태도는 믿음직스럽다. 깊이 고민할 줄 알며 침묵의 소중함도 아는 파티마의 모습은 앞서 그녀가 보여주었던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알아가는 여정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렇듯 영화는 심지 깊은 파티마의 의지처럼 ‘나는 나’라는 무심하나 당연한 진실을 성실히 탐구하는 심정으로 그려낸다. 종교의 편견도 그녀의 신실한 내면을 꺾지 못할 것이고 세상의 그 어떤 방해도 그녀의 의지를 꺽지 못할 것이다. 영화가 흘러가는 힘이 파티마의 조종하에 이루어지고 있는 것처럼 그녀와 밀착한다. 성 소수자라는 굴레를 입었을지언정 파티마 앞에 나타나는 모든 사람은 일상을 열심히 살아가는 세상의 모든 이들이다. 삶의 이면에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편견과 불합리가 존재하겠지만, 파티마는 차근히 자신을 알아가듯 세상을 알아가며 살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무심하게 나를 믿어줄 것 같은 한 뼘의 용기를 내어주는 힘이 존재한다. 영화 속 파티마는 아름답게 성장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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