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트루먼의 사랑> : 어떤 하나의 트루먼이자 라이어인 우리들

By 이인호

  정확히 반으로 분할된 화면으로 영화는 시작된다. <트루먼의 사랑>에서 실재와 거짓은 분할된 화면처럼 나뉜 듯하지만 이어져 있고, 줄거리 역시 나뉜 듯 이어져 있다. <트루먼 쇼>에선 트루먼이 한 명에 불과하지만, 이 영화에선 본인이 트루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트루먼의 반대편에는 라이어가 존재한다. 하지만, 라이어 입장에서 보면 트루먼 역시 라이어다. 트루먼과 라이어는 서로 대립하는 항으로서 존재하고, 이 세상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트루먼들은 어딘가 있을 출구를 찾는다.

 

  그럼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보자. 과연 영화는 진실일까? 영화 역시 현실의 모방이다. 현실을 거짓된 세계라고 부르는 영화는 모방 안에서 다시 모방된 세상을 구현한 셈이다. 그런데 이 모방이라는 것이 같은 방식은 아니다. <트루먼 쇼>는 트루먼을 둘러싼 인물들 모두 그것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 쇼에 참여하는 배우들이다. <메트릭스>에선 컴퓨터가 구현해 낸 이미지의 가상세계다. 그래서 <트루먼 쇼>에선 배우들이 모두 라이어다. 하지만 컴퓨터가 구현해 낸 가상세계에선 컴퓨터 자체가 라이어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이 두 가지가 혼용이 된다. 시스템의 오류처럼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사람들은 컴퓨터라는 시스템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느껴지고 이 부분은 <매트릭스>와 닮아 있다. 하지만 모두 가상의 거짓이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현실을 재현하는 방법으로 예술은 허구라는 거짓된 상황의 단면을 통해 전체를 들여다보는 역할을 해왔다. 이 영화 역시 마찬가지다.

 

  이 세상이 모두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질병이 있다. 바로 트루먼 쇼 증후군이다. 트루먼 쇼 증후군은 자신은 TV쇼의 주인공이며 주변 사람이 모두 연기자라고 믿는 망상장애를 일컫는다. 특히 곳곳에 CCTV가 넘쳐나고, 각종 SNS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으로 내 욕망을 들여다보는 감시사회에서 이런 망상에 빠지기는 너무 쉽다. 그리고 이런 망상과 더불어 사회 곳곳에 음모론이 만연하게 되면서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은 틀린 사람 혹은 라이어가 된다. 그러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어떤 하나의 트루먼이면서 어떤 하나의 라이어다. 거기에 누군가의 감시자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에게 채증을 당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트루먼 쇼 증후군이란 현대사회의 병폐적 징후와 연관되어 이 영화는 무슨 말을 하고 있을까? 그저 고발로 그치고 말까? 아니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영화의 제목처럼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서다. 사랑이란 어두컴컴한 터널을 함께 걷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트루먼이 라이어를 라이어가 트루먼을 이해하는 일이다. 현실과 거짓은 반대인 듯 하면서도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바로 그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 이 가장 힘든 일에 대해 영화는 서로의 반대편을 비쳐주고 있다. 우린 그걸 지켜보며 놀라기도 하고 안도하기도 한다. 이 어두운 시대에 사랑이라니 코웃음이 날 일도 있겠지만 사랑이 이젠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이해의 영역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에게 남은 희망이란 결국 사랑밖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랑의 대상을 조금 더 확장해볼 일이다. 좁게는 이 땅에서 차별 받는 이들과 넓게는 학살에 시달리는 팔레스타인의 가자까지도.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