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쉿! 엄마한텐 비밀이야> : 아이의 눈으로 본 일상의 물결

By 정종윤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새삼 느끼는 점이 어른의 시선과 다른 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여행을 함께 하면 아이들에게 중요한 일은 휴게소 방문 여부다. 영화관에 같이 가면 팝콘과 오징어를 먹을 수 있는 지가 최우선 관심사가 된다. 이게 풀리지 않으면 심지어 동행을 거절할 때도 있다. 한때 겪었던 시절이란 기억이 무색하게 내가 깨닫는 진실은 그때의 생각을 대부분 망각했다는 아이러니다. <쉿! 엄마한텐 비밀이야>(이하 <엄마한텐 비밀>)은 어른의 눈이 아닌 아이의 눈에 비친 세계를 탐구하면서 아이의 마음이 무엇이고 아이의 말이 무슨 뜻을 지니게 되는지 발굴해 나간다. 

 

영화는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카시(시다르트 스와룹)와 동생 아디(아누리드 케스커) 형제의 일상을 차근차근 배열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벌이는 엄마와의 실랑이, 엄격한 분위기의 학교 수업, 형제의 중요한 일과인 하교 후 TV 시청 등 그 와중에 쏟아지는 엄마 락시미(아이슈와리아 디네쉬)의 잔소리 또한 빼놓지 않는다.

 

<엄마한텐 비밀>이 구축한 아이들의 세계는 반복과 변주의 두 국면으로 나뉘어져 있다. 영화는 반복과 변주의 구조 속에서 아이들의 일상을 쌓아간다. 작은 일상이 달라지는 순간 평범하던 선율은 예기치 못한 파동을 부른다. 첫 장면에서 주인공인 아카시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던 카메라는 반복되는 일상을 거치며 다시 아카시의 클로즈업으로 돌아온다. 즉 이야기가 첫 장면으로 되돌아온 것. 여기까지 영화는 아카시와 아디 형제의 일상을 군말 없이 따라간다. 하지만 아카시의 일상을 흔드는 사건이 학교에서 발생하고 소년의 세계는 한번 크게 흔들린다. 여기서부터 영화의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되는 셈이다. 평온하던 일상은 불안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중대한 재난을 마주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당연히 아이들의 시점, 즉 아이 눈으로 본 세계를 이해해야 한다. <엄마한텐 비밀>은 이 작업을 매우 충실하게 진행한다. 아이들이 거리를 달릴 때는 그 시점을 아이의 눈높이로 낮추어 쫓아다니며 그 주변의 풍경을 담아낸다. 아카시 형제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때 주고받는 실없는 말 한마디, 실수에 당황하며 급히 상황을 수습하려는 사과와 분위기를 모두 놓치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어른이란 존재는 아이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대상이다. 아이 눈에 비친 어른들은 크고 위압적이며 두렵지만 또한 재미있으며 의지하고 따라야 한다. 아카시 입장에서 흥미진진하게 반복되던 일상과 스펙터클을 일순간에 멈춰 세운 사람은 다름 아닌 수학 교사다. 그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카시의 일상에 치명상을 낸다. 아이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 자연 재해에 다름 아니다. 평화로운 일상의 반복에서 이탈한 아카시를 도와준 사람도 어른인 엄마 락시미이며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는 사람도 아빠이다. 

 

소년의 눈으로 보아도 엄마의 삶은 큰 짐에 속박되어 있다. 사업가 집안이어서 아들들을 사립학교에 보낼 정도로 부유한 아카시 가족이지만 집안 살림의 압박감은 가볍지 않다. 더구나 정신없이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는 엄마에게도 사업을 해보고 싶다는 야망이 있다. 집안의 회합에서 엄마의 소원이 좌절되는 모습을 아카시는 전부 지켜본다. <엄마한텐 비밀>은 이 나라에서 여성이 처한 삶을 응시하지만 그 시선의 한계가 뚜렷함도 고백한다.

 

상처 입고 좌절한 엄마에게 <엄마한텐 비밀>이 보낸 헌사는 화면에 큰 여운을 남긴다. 하지만 이 장면을 기뻐만 하며 음미하기에는 심경이 복잡했다. 락시미의 감동받은 얼굴은 흐뭇했지만 그녀의 억압된 삶을 생각하면 마치 내가 부조리와 타협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간단하게 넘길 수 없었다. 다만 <엄마한텐 비밀>이 보여준 아이의 눈이, 타인의 삶을 보듬어 줄 수 있다는 가능성에는 한가닥 희미한 빛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