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단잠> : 용감하고 위험하게

By 신종민

 계산해보니 벌써 11년 전. 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필자의 마지막 시민평론가상 심사 때 동기들이랑 와~ (그 당시는 장편은 <로맨스 조> 한 편만 연출해 비전스러웠던) 이광국 감독의 두번째 장편이 비전 심사작이래! 하며 환호한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흘렸고 다시는 비전 섹션에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이광국 감독의 신작을 바뀐 기준으로 인해 같은 섹션에서 다시 만났다.

 

 남편과 아빠의 자살(이 글에서는 극단적 선택이지 하는 등의 순화된 표현을 쓰지 않으려고 한다. 그게 이 영화를 대하는 맞는 태도일 것 같아서이다. 직접적인 표현이 거슬리는 분이 계신다면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이 글을 읽지 마시고 빠져나가시길 부탁드려 본다) 후 거의 3년이 흘렸지만 붕괴된 마음과 현실, 엄마(이지현분)와 딸(홍승희분)의 관계는 복구되지 않는다. 누가 다시 조금만 건드려도 푹 꺼져버리고 마는 얇디얇은 방수포 한 장으로 붕괴 현장을 덮고 살아가는 이 모녀에게 이 영화는 카메라를 들이댄다.

 

흐릿한 기억이지만 감독님의 전작들을 떠올려 보면 액자 구조, 연극과 꿈을 넘나드는 이야기, (동물원을 탈출한) 호랑이를 조심하라는 인사를 건넬 수 있는 설정, 자석과 과거가 서로 붙어있고 밀어내는 듯한 플롯과 내러티브, 셋업 등이 재미있으면서도 항상 자살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고 뭔가 유령 같은 것이 떠돌아다니는 느낌과 함께 영화가 끝나는 순간을 맞이했었는데 이번엔 이야기와 꿈, 직접적인 한 시퀀스와 차 안 라디오 뉴스, 환상 등을 경유하지 않고 자살 이후의 삶과 마주한다. 어떤 기교도 없는 정면돌파다.

 

 꽉 찬 객석이라고 해도 스크린을 바라보는 것처럼 한 방향으로 이 영화를 맞닥뜨릴 순 없을 거 같다. 관객 개개인이 모두 다르게 돌진해오는 이 영화와 충돌할 것이다. 이 정공법의 충돌은 굉장히 용감하고 또 위험해 보인다. OECD 순위 같은 것을 끌어오지 않더라도, 또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자살(의 후폭풍)은 이미 우리 곁에 너무 가까이 와 있고 그걸 정면으로 바라보는 영화가 나오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에게인가는 덮어놓은 방수포마냥 건드려 메워지지 못한 상처를 헤집는 일이 될까 봐 걱정스럽다. 영화가 직접적이니 자꾸 표현마저 직접적이 되는데 현실의 인선과 수연, 이주원 배우가 맡았던 치유 모임의 간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드리게 될까영화 속 인물처럼나랑 함께 본 객석의 관객들처럼 다양한 감정과 반응을 보이되 부디 아파지는 경우는 없기를 바래본다.

 

 세심한 조사를 바탕으로 대본, 촬영, 편집에 이르기까지 내가 걱정하는 걸 고려했을 이광국 감독은 영화 속 장면들로 다양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개인적으로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싶은 심정, 처방받은 수면제를 차곡차곡 모으는 마음, 손목에 상흔을 남기는 충동을 표현한 장면들이 그러했으며 이 글의 처음에 언급한 <꿈보다 해몽>에도 나왔던 풍선 신들이 감독님의 인장을 보는 거 같아 반갑고 또 위로도 되었다. 정신과에서 정밀심리검사, 자율신경검사 후 지독한 항우울제 부작용을 겪으며 다시 생각해보니 감독님의 이전 작품들 등장인물들이 모두 하나같이 겪었던 되는 일 없는 순간과 시간들이 모두 정신병적이지 않았을까 싶다. 형식과 설정, 이야기의 재기발랄함과 거기에서 오는 재미는 나이가 들며 더 많은 신산()한 일들을 통과해 다른 의미로 관객()에게 도착했다. 그동안 본인의 영화들이 품고 있던 서늘한 기운을 한데 그러모아 용감하게 정면으로 맞선 이번이, 이 영화가 부디 감독님께도 치유와 안식 그리고, <단잠>을 선사하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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