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단잠> : 잊지 않고 기억할게

By 하은숙

  이 영화는 2011년 데뷰작 <로맨스 조>로 부산영화제 비전부문에서 시민평론가상을 타고, 그후 여러 작품들로 부산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이광국 감독의 다섯 번째 장편영화이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자살과 그 유가족들에 관심이 많아 보이며, 이 영화는 그들을 위한 위로의 영화로 보인다. 감독은 자살한 가족이 있는 인물들의 남겨진 모습과, 그들이 어떻게 애도해야 하는지를 모색하며, 이를 다정하고도 특별하게 그린다. 등장 인물들은 모두 자살로 가족을 잃은 상실감으로 <단잠>은 커녕 불면의 날들을 보낸다. 3년이 넘도록 화장한 유골을 보내지도 못하고, 바다에 뿌리지도 못한다. 떠나보내기는 커녕 꼭꼭 끌어안고 숨죽여 운다. 또 죽은 지 십 년이 넘은 딸을 아직도 보내지 못하고, 딸의 학교에 찾아와 울부짖는다. 또한 남겨진 가족끼리는 서로 원망하고 자책하며 상실감은 더욱 커져만 간다.   

   영화 속에서 남겨진 자들은 떠난 이유를 알고 싶다. 왜, 왜, 왜 그렇게 떠나버린 건가? 이유라도 알려주지. 떠난 자들을 이해 할 수가 없어,  남겨진 자들의 답답해진 마음은 갈수록 타들어간다. 내가 뭘 잘못했나요? 내가 당신의 무엇을 이해하지 못했나요?  그들이 왜 떠났는지 이유를 간절히 알고 싶어 울부짖는다. 하지만 영화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떠난 자들은 왜 떠났는지, 남겨진 자들은 어떤 이해가 부족했는지 알 수가 없다. 영화는 이유를 알려주지는 않지만, 남겨진 이들에게 권하는 것은 자책하지 말고, 격한 감정을 절제하라고 말하는 것 같다. 억지로 잊으려고도 하지 말고 그냥 기억나는 대로 기억하자고 한다. 죽은 이유를 굳이 알려고 하지도 말라고 한다. 그리고 영화는 다른 한편으로는 떠난 자와 남겨진 자들이 꿈과 환상을 통해 만나게 함으로 이 영화만의 독특한 애도의 방식을 모색한다. 

   이 영화의 애도의 방식은 다정하다. 주인공 엄마와 딸은 남편과 아버지를 잃고 서로 원망하며 소통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자살로 떠난 남편이자 아빠가 자주 등장한다. 그러면서 마치 현실인 듯, 환상인 듯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한다.  이를 통해 그들은 조금씩 이해하고 소통하게 된다. 살았을 때는 소통하지도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했던 부분도, 오히려 환상 속에서 서로를 차츰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자살하여 죽은 이에 대해 '배신자' , '사랑의 배신자' 로 여기며 울부짖었지만, 환상 속에서 자주 만나며, 질문도 하고 원망도 하고 변명도 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죽은 자는 말한다. " 너무 정들지 말자. 정들면 헤어지기 힘들다."  남겨진 자는 묻는다. "혼자 가니 좋아?"  떠난 자가 대답한다. "응 바람타고 날으는 기분이야. " 이에 이어지는 대화. "좋아 . 행운을 빌게 ."  이렇게 그들은 그들만의  추억의 장소에서 만나, 과거의 일들을 소환해 대화하며 풀지 못했던 갈등과 몰이해를 점차 해소해나간다. 이런 방식으로 서로를 점차 이해하고 행운까지 빌게 된다. 이렇듯 영화는 현실과 환상이 혼합된 상태이며, 환상이 자주 돌출된 장면으로 나타난다. 그 돌출된 장면들은 현실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그 자체가 현실감을 갖는다. 이런 시퀀스들을 통해 떠난 자는 자살하여 죽은 자가 아니라, 힘들고 보고 싶을 때마다 가족으로 함께 하는 모습이 됨으로,  따뜻하고 아름다운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보통 자살과 남겨진 가족들을 다루는 영화들에서는,  떠난 자의 자리를 같은 처지의 남겨진 사람들이 채워주고 도와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떠난 자가 직접 나타나 함께 위로하고 상처를 어루만진다. 그리하여 이 만남을 통해 남겨진 자들은 떠난 자를 동해안의 푸른 바다에서 마침내 떠나보내고, 이제 <단잠>을 잘 수 있다. 떠난 자를 잊으려 몸부림칠수록 남겨진 자들은 불면의 날들에 지쳤었지만, 오히려 떠난 자를 잊지 않고 기억하기로 하여, 그를 대면하는 과정을 거치자 <단잠>을 잘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아, 현실에서든 꿈속에서든 환상속이든 어디서라도 함께 하자. 잊지 않고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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