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아코디언 도어> : 재능이란 기생충

By 강민주

대학교 주최로 백일장이 열리고 있다. 주제는 파도. 중학교 3학년 지수는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지우개로 원고지를 지우고 있다. 그런 지수의 귓가에는 파도 소리가 울린다. 말 그대로 들린다기보다 울린다. 마치 물에 잠긴 것처럼. 앰비언스 효과를 강하게 넣은 듯한 사운드는 이후 영화 <아코디언 도어>(손경수, 2025)에 지속적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이 사운드는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들은 듣지 못하는 지수와 관객들에게만 들리는 소리다. 그리고 주인공과 관객만이 공유하는 이 사운드는 관객을 지수의 상황 혹은 감정에 쉽게 동화되게 한다.

 

주인공 지수는 9살 때 부모님과 과학체험관에 갔고, 뭐 하나 특별히 잘하는 것 없는 자신 때문에 엄마아빠가 싸우는 것을 피해 아코디언 도어너머의 공간으로 도망쳤다. 그렇게 미아가 된 순간 기생충이 귓속으로 들어갔고, 그 이후 글쓰기의 재능을 얻었다. 이렇듯 눈에 보이지 않는 재능이라는 녀석을 마치 기생충과 같은 모습으로 형상화해서 보여주는데, 이를 토사물 속 회충이나 라면가닥과 같은 이미지와 중첩시키며 재능을 언제든 육체를 벗어나 독립된 객체로 존재할 수 있는 것처럼 그린다. 적어도 지수는 그렇게 믿고, (지수와 공유하는) 사운드와 형상화에 잠식된 관객들 또한 그렇게 믿게끔 한다. 영화는 이렇듯 사운드와 형상화로 주인공이 체험하고 믿고 있는 것에 관객이 동화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있어서는 탁월하다. 그리하여 영화의 중후반까지 미스터리한 텐션을 유지하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조금만 비틀어서 생각하면 뭔가 석연치 않다. 지수가 재능이라고 믿고 있는 그 기생충이 정말 지수의 몸을 벗어나 현주에게로 옮겨간 것일까. 그리하여 애매한 재능을 가졌지만 축구를 좋아하기에 축구를 하던 현주가 갑자기 축구를 잘하게 된 것일까. 마치 숙주가 기생충에게 에너지원을 공급하듯 초콜릿을 흡입하던 지수의 습관을 그래서 현주가 따라하는 것일까. 영화는 그러한 것처럼 분위기를 몰아간다. 그러나 좀 더 냉정하게 생각해보자면, 지수는 현주가 자신의 손에 잡히지 않기에, 그리고 현주가 재능을 얻은 시점부터 그러하다고 여기기에, 현주가 자신의 재능을 뺏어갔다고 생각하는 게 더 그럴듯해 보인다. 거기다 이 영화는 일정 부분 (지수만의) 첫사랑이라는 소재의 외피를 입고 있기에 여기서 오는 묘한 불편함이 있다는 말이다. 판타지에 미스터리까지 가미된 이 영화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사는 현주의 난 니가 고백하기 전부터 싫었어.’일터.

 

어느 날 재능이 사라졌다고 해도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을 것인가. 미래의 내가 그저 평범해지고, 언젠가 있었던 재능으로 작은 성취만 이룰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다 해도 살아가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지만, 하와이안 셔츠를 입은 사나이로 인해 그 결말 또한 암담해지는 기분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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