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흐르는 여정> : 만남, 헤어짐, 음악과 감동

By 안병만

영화는 회자정리, 거자필반이라는 불교 용어를 중심에 두고, 만남과 헤어짐에서 오는 기쁨과 슬픔을 다정다감하게 그려낸다. 생사로 갈라지는 이별을 당한 춘희(김혜옥)와 태어남이 곧 이별을 예비하였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는 민준(저스틴 민)이 엮어가는 만남, 그리고 사고무친의 성찬(박대호)까지. 이들이 새로운 가족으로 탄생할 가능성은 따뜻함으로 다가온다. <흐르는 여정>은 배우들의 열연과 그들을 감싸 안은 피아노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감동을 주는 가슴 따뜻한 영화이다.

 

죽음을 실감하게 하는 것은 그 존재의 부재를 몸으로 느낄 때이다. 그래서 춘희는 밤마다 소파 위에서 잠을 설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죽음이란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이다.” 그래서 춘희는 남편이 남겨 놓은 승용차와 그랜드피아노에 쌓인 먼지를 깨끗하게 닦는다. 그러나 상실은 항상 춘희 곁에 있다. 남편 후배의 찻집에서도, 집을 보러 오는 신혼부부의 대화에서도. 미소가 아름다운 김혜옥 배우의 은근한 웃음 속에 슬픔이 깃든 눈빛은 그래서 더 슬프게 다가온다. 영화는 이 슬픔을 감추려는 듯 밝은 조명이 있는 곳에 춘희를 두고, 그에게는 밝은 옷을 입힌다.

 

이렇게 슬픔의 조건을 갖춘 상황이었어도 영화는 인물의 대사로 관객은 웃긴다. 한국어를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민준의 역할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해맑은 웃음, 약간 어눌하면서도 뭔가를 다 아는 듯하고, 지적인 눈빛을 보이는 저스틴 민의 연기도 뛰어나다. 그리고 웃음 뒤에는 잔잔한 슬픔을 던지는 한국 영화의 일반적인 흐름을 이 영화도 걷는다. 절에서 민준이 삼 배를 할 때 마지막 절에서 그가 일어서지 못하고 몸을 흐느낄 때 관객도 같이 숨죽여 흐느끼게 한다.

 

성찬은 어떤 가족도 없이 혼자인 상황에 여러 개의 알바를 하는 상황으로 설정되어 있어서, 대사가 다소 힘이 없고 조용한 편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박대호 배우는 실제 피아노 연주자이다. 피아노 연주자의 연기이므로 대사에 감정을 싣는 게 다소 허술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자이기에 그의 피아노 연주는 이 영화를 더 극적으로 만든다. 자막에서는 영화에 쓰인 피아노곡 대부분을 박대호 배우가 연주하였다고 말한다. 그래서 김진유 감독의 인물 설정이 매우 절묘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인물 설정에서 민준이 춘희에게 엄마라고 말하고, 성찬이 춘희에게 할머니라고 말하는 걸 관객은 용인하게 된다.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끼리 결합하는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는 것이다. 마지막 연주에서 춘희의 모습 제시만으로 극 전개가 충분하기에 민준의 긴 대사가 조금 불필요하게 보이지만, 춘희가 연습했던 곡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성찬의 연주로 완전한 하모니를 이룰 때, 이 영화 <흐르는 여정>은 우리에게 감동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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