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엄마의 시간> : 축복의 요건

By 정연우

‘축복이 찾아왔다’라는 말이 있다. 임신 소식을 에둘러 전할 때 흔히 쓰이는 표현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대부분 축하의 말을 건넨다. 생명의 탄생은 숭고하고 아름답다고 여겨지기에. 그런데 그 축복이 아직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찾아왔다면, 그걸 축복이라고 할 수 있을까?


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감독의 <엄마의 시간>은 자립 쉼터에서 지내는 미성년 엄마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제시카는 친모와는 다른 삶을 살기를 원하고, 페를라는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자 하고, 쥘리는 과거를 딛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하며, 아리안은 아이를 위탁가정에 보내려 한다. 네 인물은 같은 장소에서 생활하지만, 전혀 다른 상황에 처해있다. 영화는 각기 다른 인물의 사연을 넘나들고, 자연스럽게 연결지어 인물들의 이야기를 겹쳐 보여준다. 이를테면 페를라가 쓰러지고 쥘리가 마사지를 해주거나, 제시카의 식사 당번 순서를 아리안이 바꿔주면서 서사의 흐름이 이동하는 형식이다. 이런 전개 방식은 인물간의 연대를 보여줌과 동시에 각자의 고유한 삶의 무게를 드러낸다.


영화에서 연대는 자립 쉼터에서 함께 지내는 이들 사이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을 둘러싼 어른들자립 쉼터의 직원이나 친언니, 사랑의 증인이 되어주는 사람들또한 한 축을 이룬다. 특히 쉼터 직원들은 인물들과 일상을 나누며 정서적으로 유대하고 격려하는데, 때로는 단호한 태도로 어린 엄마들을 대한다. 그들은 아이를 키우는 방법을 가르치지만 대신해 주진 않는다. 그것은 앞으로 그가 해야 할 일이기에. 그러나 십대 소녀가 그 일을 능숙하게 하기는 쉽지 않다. 배가 고파 칭얼대는 아이에게 분유를 줄 생각도 하지 않고 ‘저도 울어요, 저도 배고파요.’라고 대답하는 페를라의 얼굴은 앳되기만 하다.

 

다르덴 형제의 카메라는 인물들을 좇는다. 인물을 따라가는 핸드헬드의 흔들림은 각자가 짊어진 불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듯하다. 그렇지만 카메라는 인물들을 연민하지도, 삿대질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물들이 어떤 선택을 하고, 그 선택으로 이른 결말을 받아들일 때의 모습을 응시한다. 아이를 안아 드는 자세, 분유를 흔드는 손목 스냅, 울음을 달래는 추임새. 아이를 두고 나갔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모습까지. 그 모든 장면은 결국 그들 각자가 감당하기로 한 삶의 모습이다.

 

제시카, 페를라, 쥘리, 아리안의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엄마들은 아이에게 키스하고, 어른들은 자신의 몫을 짊어진 어린 엄마들을 껴안는다. 피아노 선율이 흐르고 화면이 암전되면, 우리는 그저 그들에게 축복이 함께하길 바라게 된다. 그리고 카메라가 따라가던 그들의 뒷모습을 떠올린다. 어쩌면 그들에게 내려진 진정한 축복은 자신의 선택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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