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국보> : 비대칭 데칼코마니

By 권아인
재일교포 이상일 감독이 연출한 국보는 가부키 배우 키코우를 주인공으로 하여 나가사키가 Fat Man 한 방을 맞은 이후 이십년 정도 지난 1964년부터 2014년까지 3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간 국보로 성장하는 한 개인의 이야기를 선형적인 전개를 통해 다루고 있다. 

원래 그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대물림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일본 사회에서 가부키는 아예 습명(襲名)이라는 체계까지 있는 세습 관습의 대표적인 분야이자 동시에 일본의 전통문화 유산으로 다루어지는 예술 장르 중의 하나이다. 

영화는 가부키 그 안에서도 온나카타(막부 시절 여성의 가부키가 금지되어 남성 배우가 여성 역할을 맡는 것)라는 좀 더 세부적인 소재에 집중한다. 여성 역할을 남성이 연기한다니 자연히 중 경극 중 하나이자 첸 카이거의 영화 제목인 패왕별희를 떠올릴 수 밖에 없다. 패왕별희(1993)가 청나라 멸망, 문화대혁명과 같은 역사적 흐름 속 개별적 인간과 예술을 조망한다면, 이번 국보는 앞서 서술한 세습 문화가 공고히 자리 잡고 있는 일보 사회 문화 속 개별 인간과 예술을 그리고 있다. 심지어 러닝타임도 둘 다 세 시간 가까이 된다.

주인공 키코우는 야쿠자의 아들로 태어나 라이벌 조직의 습격으로 부모님을 잃고 (일가친척들은 이미 나가사키 원폭으로 모두 사망했다) 천애 고아가 되어, 우연히 그의 가부키 재능을 알아봐 준 한지로에게 거둬져 본격적으로 가부키, 그것도 온나카타 일을 배우게 된다. 여기에서 이미 가문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고 있던 슌스케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서 결정적으로 패왕별희와의 구조적인 차이가 생긴다. 수직 하강의 형태로 명징하게 직조된 가부키의 세계에 어디선가 불쑥 씨실 하나가 들어찬 모양새로 한 쪽에서는 혈연을, 다른 한 쪽에서는 재능을 갖고 싶어 하는 라이벌 관계이면서 동시에, 마냥 질투하는 관계로만은 볼 수 없는, 함께 자라며 우애에 가까운 우정을 나누기도 하는 독특한 관계로 설정되어 있다. 어떤 축을 두고 대칭인 듯 대칭이 아니게 이루어 관계는 누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없는 짙은 분장을 한 채로 무스메 도조지를 공연하는 두 사람의 모습으로 시각화 된다. 다만, 이는 한 쪽이 결혼이라는 정상 가족의 틀 안에서 아들을 낳으며 세습 체계를 한 번 더 연장하는 동안, 그럴 자격이 주어지지 않았던 다른 한 쪽이 사생아인 딸을 평생 거두지 않음으로써 끝이 난다.

하지만 2025년이나 된 이상 시대 배경이 과거일지라도 혈통주의가 문제가 없는 척, 재능과 맞먹는 무기인 척 넘어갈 수는 없다. 영화는 대표적인 유전 질환인 당뇨와 그로 인해 단명하는 인물들을 통해 좁은 풀 안에서 일어나는 세습제의 취약한 부분을 잊지 않고 건드린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슌스케가 아니라 키코우인 이유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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