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겨울날들> : 무운을 빈다

By 정웅
최승우 감독의 <겨울날들>은 단순한 영화다. 세상 모든 단순한 것들에는 힘이 있다. 그 하나로 헤쳐나가는 강인함, 자신을 믿고 나아가는 우직함, 다른 것에 매달리지 않는 당당함. 이 영화의 바탕에는 그런 뚝심이 있다. 

영화는 인물들이 생활하는 일상의 토막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토막들 역시 다채롭거나 특별하지 않다. 이들을 유형별로 정리하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이다. 단조로운 정박자의 리듬 속에서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과.  그 외에는 어떠한 사건이나 대사 한 줄 없이, 오직 그뿐이다.

장면들은 모두 고독하다. 인간(人間)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 즉 관계의 존재이지만 영화에서 타인과의 관계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보이는 것은 물론이고, 들리는 것 역시 자기 의사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소음들뿐이다. 홀로 먹고 자고 출근하는 생활의 편린 속에서, 건물 철거와 같은 노동의 장면들이 시선을 끈다. 생존 활동 그리고 노동의 반복. 그러다 보니 이 청년들의 하루는 마치 노동을 위해 길을 나서고, 노동을 마쳤으니 돌아오며, 노동을 했으니 씻고, 먹고, 자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즉 일상의 중심에 인간이 없고 대신 노동이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편안함이란 찾아보기 어렵고, 찬란한 햇살은 그들을 위해 펼쳐져 있지 않다. 이런 나날의 끝이 어디로 이어지겠는가?

이 대목에서 영화의 초반을 떠올려 보자. 스크린은 혼자 반주하며 식사하는 청년을 보여주면서 2030 자살률에 관한 뉴스를 배경음으로 삼고 있다. 밥을 먹는 청년도, 지켜보는 우리도, 이 심각한 뉴스를 귀담아듣지 않는다. 자살률이 높아, OECD 1위야, 특히 2030 세대 증가율이 높아, 이런 이야기들을 정상인 양 대수롭지 않게 흘려넘긴 지 오래이다. 영화가 끝나고 다시 이 영화를 돌이켜 보았을 때 알 수 있었다. 우리가 만성적인 반응을 보인 이 순간이야말로 영화에서 가장 섬뜩한 순간이었음.

최승우 감독은 GV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가지고도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였다. 대사나 설명 없이 현실만을 찍어 보여 주는 영화- 이와 같은 형식의 영화를 착상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만드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영화가 정말로 기능을 다할 수 있을지, 완성이 될 수는 있을지, 이 영화로 차기작도 기약할 수 있을지, 제작 과정의 모든 순간이 거대한 불안이었으리라 짐작된다. 요컨대, 영화가 청춘을 응원한다는 식의 표현은 흔하지만, 최승우 감독은 두려움과 불안을 안고서도 이 영화를 찍음으로써 응원 이상의 연대를 실천한 셈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과 최승우 감독.
이들 모두에게 건투를, 아니 그건 이미 충분한 듯하니, 무운을 빈다. 모든 일이 당신의 책임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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