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두 번째 아이> : 선택의 비범한 이유

By 김주영

          갑자기 사라져 버린 사람들에 대해 남아 있는 사람들의 당혹함에는 이유가 없다. 영화 <두 번째 아이>는 기본적으로 죽음을 선택한 이와 남겨진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남겨진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의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으므로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에 사무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이 슬픔을 완전히 치유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시간이 정직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남은 사람들은 슬픔과 아픔을 보듬으며 남은 세월을 살아가야 한다. 이 영화는 이야기의 중간 과정에 이러한 유가족들의 모임을 보여준다. 주인공의 가족도 그러하고 다른 이들도 그러하겠지만 상실이라는 것은 고통의 다른 이름이다. 이 고통 속에 더 깊이 숨겨진 잔인하고 숭고한 내면이 금옥의 가족에게 숨겨져 있다.

 

 이 영화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은 영화 <환상의 빛>(1995)이었다. 태어난 지 한 달 된 갓난쟁이와 사랑하는 아내를 남겨두고 바람처럼 철길 위로 사라진 이쿠요의 알 수 없는 선택이 그것이다. 남편이 죽고 갓난쟁이가 들판을 뛰어다닐 만큼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내 유미코는 일상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당혹함으로 힘들어한다. 그 죽음의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 남은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형벌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엄마 금옥은 어느 날 갑자기 유서를 남기고 지붕에서 추락한 첫째 수련과 그녀와 함께 떨어져 코마에 빠진 둘째 수안 앞에서 힘든 시간을 보낸다. 3년이 흐른 후 기적적으로 깨어난 수안을 잘 보듬으며 그녀는 떠나간 수련을 묻고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수안은 당시의 기억보다 언니 수련을 가장 먼저 애타게 찾는다. 

 

 자살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모임에서 상담사이기도 하지만 당사자이기도 한 금옥은 이유를 알 수 없었던 수련의 유서와 죽음을 그리고 코마에서 깨어나서는 언니만 찾는 수안을 걱정하며 스스로 발표자가 된다. 이렇게 남은 사람들은 앞서 언급한 <환상의 빛>의 유미코처럼 당혹해하고 슬퍼한다. 하지만 영화는 수련의 죽음의 과정이었을 것으로 추측되는 여러 장면을 영화의 앞부분에 배치하고 호러와 판타지 중간쯤의 태도로 죽음과 그 이유에 대해 추적한다. 여기서 <두 번째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을 넘어선 무서운 결론에 도달한다. 그 어떤 근원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공포의 시간을 살아온 앞선 세대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어떤 행위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다음 세대인 수련의 죽음은 이쿠요의 죽음처럼 남겨진 사람들에게 당혹함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순수한 아이의 용감한 선택이었음이 드러난다. 

 

 엄마 금옥도 그리고 금옥의 아버지도 자신의 울타리에 집착한 어찌 보면 가장 평범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다. 이 영화가 판타지였어야 했던 이유는 어린 수련과 수안의 비범한 선택을 표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또 호러라는 형식을 통해서는 어른들의 이기적이고 어리석은 선택이 주는 공포를 그 어떤 형식보다 잘 표현할 방법이었을 것이다. <두 번째 아이>는 무거운 주제를 가진 이야기를 호러와 판타지라는 장르를 잘 결합해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기로에 선 어른과 아이의 상반된 모습을 드러나게 한 영리함이 보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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