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와일드 폭스> : 승리도 패배도, 기권도 다 복싱이다.

By 정태성

   보통의 스포츠 영화, 좁혀서 복싱 영화라면 패배와 승리, 그리고 이런 결과에 이르기 까지의 과정 등을 이야기로 하여 영화를 전개하고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발레리 카르누아  감독의 첫 장편 영화 <와일드 폭스>는 복싱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링 위에서의  경기는 물론, 그에 이르게 되는 과정 하나하나, 그리고 경기의 결과들 너머 까지가 모두 복싱이다. 마치 여러 조각들이 모여서 전체 모자이크 작품이 되듯이, 복싱에 관련된 모든 일들 하나하나가 복싱이 된다. 무엇이 먼저고 무엇이 중요하고가 없다. 모자이크에서 조각 하나가 빠진다면 온전한 모자이크가 되지 않듯이, 이 영화에서의 모든 일들이 복싱이다. 발레리 카르누아 감독은 새로운 개념의 복싱 영화를 들고 우리를 찾아왔다.

  

  영화는 관중들의 응원 소리와 서로 치고 받는 타격음으로  시작한다. 곧 이어 링에서의 두 선수의 경기 모습과 링 주변의 열띤 응원 모습이 나타나고,  이어서 경기의 승패가 갈리자, 여럿이 승자와 함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관객은 속으로 "그렇지, 이게 복싱 영화지. 화이팅. " 하고 외치면서, 앞으로의 전개를 설레이며 기대하게 된다. 전형적인 복싱 영화의 분위기이다. 하지만 이런 전개가 이 영화의 마지막 까지 이어질까?

 

  학교 복싱부에서 카미유는 지역 고등학교 간 대회를 넘어, 유럽 전체 복싱대회를 기대하게 하는 에이스다.  그는 그간의 전적으로 자신감에 차 있고, 복싱부 부원들도 이를 인정한다.  카미유에게는 어릴 적부터 복싱도 함께 한 단짝, 말썽쟁이 마태오가 복싱부에 있다. 이들은 둘 만의 비밀이 있으니,  학교  뒤 숲에 사는 여우에게 먹이를 가져다주고, 여우를 관찰하기도 하는 시간이다. 어느 날 , 여우를 보기 위해 깊은 숲에 들어갔다가 카미유가 10여 미터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마태오가 그를 병원으로 옮긴다. 이 사고로 카미유는 팔에 큰 상처를 입는다. 치료 과정을 잘 거쳐 담당 의사는 별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도, 카미유는 몸의  이상을 느끼며 운동에 몰입할 수가 없다.  수시로 찾아오는 아픔 때문에 평상적인 연습도 쉽게 포기하기도 하고, 연습 스파링에서도 쉽게 팔을 내려 포기한다. 이로 인해 복싱부원들은 그를 겁쟁이로 치부하며 우습게 여기며 놀리는데, 단짝 마태오 마저 점차 부원들과 합류한다. 

  실상 카미유에게 복싱에서 승리하는 것은 "내가 사랑 받는 유일한 이유야." 라고 고백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단짝 마태오에게 소중한 기회였던 고교간 경기에, 마태오 대신 참여해서는 다 이겨 놓은 경기를 기권해버린다. 이로 인해 복싱부원 전체의 미움을 사고, 단짝 마태오 하고도 등을 지고 갈등하게 된다. 이제 카미유에게 복싱이란 무엇인가?  

 

  복싱은 링 안에서 서로를 치고 받을 수 있음을 규칙으로 하는 스포츠다. 사고 후 고통을 안고 지내기 전의 카미유에겐 복싱에서 승리가 전부였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를 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 카미유는 고통 속에 처해 있다. 그러자 펀치를 맞는 상대의 고통이 마음에 들어오게 된다. 자신의  펀치를 받는 상대의  아픔과 그 상태를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다 이겨 놓은 경기의 기권은, 상대와 더 싸우며 상대를 더 가격하면, 상대가 쓰러져 죽을 수도 있음을 직감하는 것이다. 까미유의 기권은 상대의 존재 자체가 붕괴할 수 있으니 내린 결정이었다. 복싱은 상대가 있어야만 존재하는 스포츠다. 이제 까미유에게 상대를 위한 기권도, 상대에 의한 패배도 당당한 복싱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심과 행동은 고통을 겪고 이를 감지하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복싱이다. 복싱 경기 안에서 고통이 나와 상대 모두에게 있음을, 그리하여 서로가 치고받는 일의 결과인 패배나 승리 그리고 기권도 다 우리의 복싱이 된다. 까미유는 이제 경기 안에서 나를 치는 상대를 잘 바라보게 되었기에 상대의 약점도 잘 파악하게 되었고, 카미유는 경기 과정에서 거의 패배가 예정되는 상황에서도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며 끝까지 주먹을 내밀며 승리도 얻게 된다. 

 

  카미유는 자신에게 찾아온 원인을 알 수 없는 고통을 결국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결국 그 고통과 함께 연습하며 경기를 준비하고, 그 고통과 함께 복싱 경기에 임한다. 까미유가 복싱에 대한 이런 마음  자세를 갖게 되자, 기권해서 패배하고도 좌절하여 복싱을 포기하지도 않게 된 것이며, 경기에서 승리하고도 그 결과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카미유에게는 승리나 패배 그리고 기권 까지도, 고통과 함께 모두 그의 복싱이 된 것이다.

 

   이런 고통과 복싱에 대한 복합적 의미가 충만한 영화를, 뚜렷한 이미지로 보여주며 우리 관객들에게 그에 빠져들게 한 것은 역시 카미유 역을 멋지게 구현한 배우의 힘이다. 주위 친구들의 몰이해와 폭력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끈기 있게 자신을 지켜내는 카미유의 단단한 자세와 몸매, 그리고 강렬한 액션이 멋지다. 제일 멋진 것은 수시로 나타나는 그의 다양한 눈매다. 어떤 때는 열정과 저항이 폭발하는 듯 불꽃 뛰는 분노와 저항으로 강렬한 눈빛을 보이다 가도, 자신이 애정하는 대상에 대해서는 한없이 부드럽고도 맑은 눈빛을 보이는데, 참으로 매혹적이다. 그의 연기와 눈빛으로 만든 아우라가 이 영화 <와일드 폭스>를 본 관객들에게도 분명히 전이 되었다고 믿고 싶다. 우선 나부터!​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