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겨울날들> : 그래도 봄은 온다

By 하은숙

  최승우 감독의 <지난 여름>에 이어 두 번째 작품으로 <겨울날들>을 만났다. 겨울은 춥디 춥다. 그리고 미끄럽다. 그래서 위험하다. 이 영화에서의 겨울날은 따뜻함이 배제된 일상이다. 일단 춥다. 우리는 이 추위 속의 인물들이 어떻게 좀 따뜻하게 지내주기를 바라지만, 영화는 전혀 타협이 없다. 러닝 타임 내내 한 마디 대사가 없다. 장면만 있다. 그리고 대사 대신 소음같은 소리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소음이 나레이션이고 미장센이다. 이 추운 겨울날 재개발을 위해 철거하는 현장. 한 마디 말도 없이 묵묵히 철거를 진행한다. 더불어 엄청난 굉음과 쇳소리가 난무한다. 등장 인물들도 말없이 겨울을 살아낸다. 여기도 소음에 가까운 소리들이 등장한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아 계속 틀어 놓는 물소리, 출근을 재촉하는 드라이 소리 , 무거운 신발 소리, 신발 소리는 계단에 높이 올라갈수록, 또 한없이 내려올수록 더욱 커진다.  버스들 소리도 엄청난 소음으로 엠블란스 소리까지 끼어든다. 이것들은 강력한 사운드로 역시 강력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대사가 없어도 스토리가 없어도 그냥 이미지와 사운드로 삶의 풍경, 겨울날들이 설명된다. 관객들도 설명하고 해석할 필요 없이, 그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지난 여름>에서는 농촌을 배경으로 시골에서의 삶과 풍경을 보여주고, 이번 <겨울날들>에서는 도시에서의 삶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난 작품의 인물들이 서울로 상경하여, 취업을 하고 방을 구하고 어렵사리 겨울을 지내는 모습처럼 보인다. 첫 번째 작품을 반박하는 듯하다. 이 영화는 농촌과는 다른 도시의 모습, 겨울 한가운데 살고 있는 인물들을 관찰하며 도시 인물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구현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 계단 끝 어딘가에서 다시 골목으로 들어가는 인물들. 계단 옆으로 쌓여있는 얼음들, 얼음들은 단단하게 자리잡고 녹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인물들은 온수를 나오게 계속 틀어보고, 보일러를 고치려 계속 전화를 하고, 엄청나게 긴 계단을 내려와, 굉음 속의 거리에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한다. 그리고 퇴근한다. 또 다른 인물은 편의점에서 간단식으로 끼니를 떼우고, 또 다른 인물은 순댓국에 소주 한 잔을 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영화는 거울을 보는 듯하다. 기억하지 않았던 일상의 모습, 잊었던 기억들이 거울을 보면 갑자기 보이는 것이다. 하나씩 다시 꺼내 보면 우리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출근하고 퇴근하고, 씻고 먹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이 영화는 대사가 없으니 인물들의 이름도 없다. 아무도 이름을 부르지 않고, 아무도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소통할 수가 없다. 그러나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소통하기를 간절히 원하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춥다. 이 겨울이 지나면 인물들이 말을 할까. 인물들의 이름을 부를까. 서로 아는 척을 하고 눈인사라도 할까. 지금은 그저 겨울날을 거의 버티고 있다. 

 그 소음의 와중에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NO.1이  흐른다. 다행히 이 음악은 우리에게 위로가 된다. 그래! 그래도 봄은 온다. 일단 주어진 삶을 잘 버티고 겨울을 이겨내보자.  엄청난 굉음이 들려도, 그래도 인물들은 드라이를 하고 전화를 하고 편의점에 간다. 이 영화는 소통하고 싶어하는 것과 더불어,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뇌에 관한 영화이다. 지아장커 감독이 초기작 <플랫폼>에서 거대한 중국의 공공장소를 30분간 말없이 이미지화 했다면, 최승우 감독은 겨울날이라는 한정된 상황을, 무려  84분 동안 이미지와 사운드로 승부한다.  스타일리쉬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난무하는 영화의 세상에서,  한 마디 대화도 없이 이미지와 사운드만으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해내려는 , 감독의 영화에 대한  당당한 도전과, 고뇌에 찬 뚝심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 이를 묵묵히 연기한 배우들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BNK부산은행
제네시스
한국수력원자력㈜
뉴트리라이트
두산에너빌리티
OB맥주 (한맥)
네이버
파라다이스 호텔 부산
한국거래소
드비치골프클럽 주식회사
Ministry of Culture, Sports and Tourism
Busan Metropolitan City
Korean Film Council
BUSAN CINEMA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