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팔레스타인 출신 알렉스 바크리(Alex Bakri) 감독이 연출한 다큐멘터리 <나의 친애하는 후세인>은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의 영화관 ‘시네마 예닌(CINEMA JENIN)’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은 1960년대에 개관한 예닌의 유일한 영화관으로, 1987년 1차 인티파다(이스라엘의 군사 점령에 저항한 대규모 민중 봉기) 시기에 파괴된 후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독일 다큐멘터리 감독 마르쿠스 페터(Marcus Vetter)는 예닌의 팔레스타인 난민 이야기를 담은 자신의 영화 <The Heart of Jenin>
후세인은 오랫동안 먼지를 덮어쓰고 있던 영사기를 다시 작동시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서안 지구 내 다른 지역의 극장주를 찾아가 탄소봉과 렌즈를 구해오고, 심지어 이스라엘에 넘어가려는 시도까지 한다. 그가 국경을 넘기 위해서 일련의 까다로운 절차를 거치고, 끝내는 입국을 거부당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정치적으로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입국심사장 주변의 높은 철조망과 장갑차, 보안출입구의 장애물을 담은 인서트 쇼트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후세인은 시네마 예닌이 재건되면 자신의 전성기가 돌아올 거라 믿었다. 하지만 낡은 객석이 뜯겨나가고 새 의자가 그 자리를 차지한 것처럼, 옛 영사기는 영사실에서 퇴출되고 만다. 무술 영화와 인도 영화가 인기 있던 그 시절은 지나가 버린 것이다. 감사장 수여식에 끼지 못하는 그를 바라보던 카메라는, 곧이어 극장 철망 밖을 기웃거리는 현지인을 비춘다. 이로써 중심과 주변을 가르던 경계가 명확해지고, 후세인 역시 극장 안에 있지만 밖에 있는 것과 다름없는 처지임이 드러난다.
많은 공을 들인 시네마 제닌은 재건 후 7년 만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쇼핑센터 건립을 위해 철거된다. 단관 영화관에서 사람들이 여가를 보내던 시절 역시 지나가버린 것이다. 카메라는 극장이 사라진 빈터에 서 있는 후세인을 오랫동안 비춘다. 그리고 그는 “(허황된) 꿈을 좇은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꿈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열정과 노력은 진심이었고,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웠다.
이 영화의 원제는 <하비비 후세인(Habibi Hussein)>이다. 하비비(habibi)는 영자막으로 ‘my darling’이라고 번역되었지만, 실제로 중동에서는 친근함과 존경을 담아 가까운 남성을 부를 때 쓰는 호칭이다(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거울>(1997)에서 여자 어린이가 동네 문구점 주인을 ‘하비비’라고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독일에서 온 영사기사와 후세인은 처음엔 동업자 의식을 가지고 서로를 ‘하비비’라고 부르다가 나중에는 완전히 등을 돌리고 말았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에게 그는 영원히 ‘하비비 후세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