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앤드루 안 감독의 6번째 장편영화 <결혼 피로연>은 1993년 개봉한 이안 감독의 동명 영화를 현대적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유학생 민은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영주권을 취득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친한 커플의 시험관 수술 비용을 대신 지불해주는 대신 레즈비언 친구인 안젤라와 위장결혼을 계획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할머니가 갑자기 찾아와 성대한 한국식 전통 혼례를 준비하며 거짓말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이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1993)은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해 보수적인 아시안 이민 사회를 배경으로 하여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난 개인의 혼란을 다룬다. 반면에 앤드루 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은 한 개인과 주변의 관계에 대해 다루며 보다 밝고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영화 전반에서 유지해 극장에서도 관객들의 웃음이 끊이지 않은 작품이었다. 21세기에 사는 아시안 퀴어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며 단순히 플롯을 빌려온 수준을 뛰어넘어 앤드루 안 감독만의 독자적인 이야기로 전개한다. LA 기반의 한국계 미국인 감독이 감독한 만큼 원작의 대만계에서 한국계로 주인공의 배경이 바뀌었다. 또한 과거에는 혈연 가족의 관계에 집중해 주인공을 그려냈다면 리메이크작에서 민과 크리스 커플은 리와 안젤라 커플의 차고에서 거주하며 이미 선택된 가족을 이루고 있는 동시에 다 함께 대안 가족을 이루고 있는 등 현대적인 가족의 형태를 보인다. 따라서 캐릭터 개개인이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그려지는 특징이 있다.
윤여정이 맡은 할머니 자영 캐릭터 또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영화 초반 부에서 자영은한국을 넘어 아시안 노인 특유의 보수적인 가치관을 대변하는 스테레오 타입처럼 등장한다. 그러나 중반부를 넘어서 자영은 고정관념 만에 사로잡힌 인물이 아님을 보여준다. 한국 프로모션 과정에서 홍보된 만큼 러닝타임 중에서 그녀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지만, 자영은 전통적인 아시안 할머니라는 틀에서 벗어나 포용적인 태도를 보여줌으로써 영화는 21세기에 발맞춘 아시안 퀴어 서사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미디어에서 그간 비춰지던 플랫한 묘사를 넘어 다양한 아시안 퀴어들이 등장하면 대표성을 확장하고 여러 정체성을 그려냈다. 또한 개인의 내면적 갈등과 혼란을 주로 다룬 과거의 퀴어 서사와 달리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로 따뜻한 유머 선보인다는 점에서 앨리스 우 감독의 <세이빙 페이스>(2004)와도 비슷한 맥락에 있다.
앤드루 안 감독의 <결혼 피로연>의 핵심적인 가치는 아시안과 퀴어라는 두가지 소수자성을 다 갖고 있음에도 이를 과하게 부각하기보다는 이를 넘어선 가장 보편적인 내용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특정한 관객층에만 어필하는 영화가 아니라 모두가 웃으며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스토리를 통해 앞으로 아시안 영화와 퀴어 영화가 모두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새로이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