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구름 아래> : 구름 아래에서 발굴된 겹쳐진 시간의 흔적

By 장지애

지안프랑코 로시의 <구름 아래>는 이미지로 시간의 중첩을 사유하는 독특한 다큐멘터리다. 이 영화는 일관된 서사를 제시하거나 인물 중심의 감정을 조직하지 않는다. 대신 고고학자와 무덤을 약탈하는 자들이 남긴 흔적, 그 위에 다시 쌓인 도시의 일상, 반복적으로 걸려오는 신고 전화들과 그것을 응대하는 소방관들의 일상적인 응답을 통해, 시간이라는 것이 분리된 과거와 현재로 나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시간은 겹쳐지고, 반복되며, 여전히 유효한 과거의 감각으로 계속해서 현재를 흔든다. 그 흔들림은 때로는 화석화되고 또다시 재화석화된다.

 

로시는 고고학 유적, 파묘의 흔적, 박물관과 유물, 그리고 무덤을 파헤치는 손들의 흔적을 통해 장소의 시공간적 층위를 드러낸다. 그 이미지들은 단순히 과거의 재현이 아닌 지금 여기에 다시 출현한 과거다. 그는 이러한 시공간의 중첩을 흑백의 영상으로 구성한다. 색이 사라진 자리에 남은 것은 빛과 그림자의 대비, 형태의 단순함 그리고 시간의 질감이다. 이 흑백은 마치 표현주의 영화처럼 추상적이고 극단적인 대조를 통해, 장면을 감정이 아니라 감각의 층으로 제시한다.

 

<구름 아래>에서 이미지와 사운드가 결합되지 않는 비동기적 구조는 현실을 기록하는 카메라에 시간적 거리감을 강화한다. 여기서 사운드는 관객을 끊임없이 '(현재) 시간의 바깥'으로 밀어낸다. 그것은 지금 일어나는 일 같기도 하고, 이미 지나간 일 같기도 하며, 아직 오지 않은 미래 같기도 하다. 이러한 의도된 불일치는 이미지와 사운드의 결합이 주는 서사적 안정감을 끊임없이 회피한다. 그 대신 로시는 불확실한 이미지, 해석이 고정되지 않는 장면들을 배치한다. 그림자의 방향과 빛의 강도, 반복되는 프레임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는 공기와 질감은 단지 배경으로 지나치기엔 너무도 무거운 시간의 결을 드러낸다. 시간은 직선적으로 흐르지 않고 각기 다른 층위가 포개진다. 로시는 이 복합적 시간성을 반복이라는 형식 안에 담는다. 나폴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여기에는 두 개의 시간이 있다. 하나는 화산재 아래 묻힌 도시의 시간, 다른 하나는 지금도 지진을 준비하는 도시의 시간. 이 둘은 겹치고, 흔들리고, 섞여 있다. , 같은 장소, 같은 구도, 그러나 다르게 들리는 소리, 다르게 흔들리는 그림자. 그 안에서 관객은 '지금'을 보는 것이 아니라 '겹쳐진 시간들'을 느낀다.

 

이 영화는 말하지 않지만, 어떤 구조 안에서는 매우 명확한 감각을 제시한다. 고고학자가 땅을 파고 그 안에서 흔적을 발견하고 그것을 현재의 시점으로 옮겨놓는 것처럼, 로시는 이미지라는 층을 통해 시간을 발굴해 낸다. 그리고 그 시간을 다시 현재로 소환한다. <구름 아래>는 과거가 지나간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작동하는 무엇이라는 점을 자세한 설명 없이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그렇게 발굴된 시간은 유물처럼 박제되지 않고 반복과 겹침의 감각 안에서 살아 움직인다. 과거는 이 영화 안에서 단지 회상의 대상인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 작동 중인 무엇으로 등장한다. 이미지 하나하나가 오래된 감정을 끌어올리고 낡은 구조물과 반복되는 소리가 우리를 어떤 불분명한 기억의 상태로 데려간다. <구름 아래>는 과거가 종결됐다는 선언 대신, 과거가 여전히 이곳을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설득력 있게 그러나 어떤 과장도 없이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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