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 비전

<흐르는 여정> : 노년의 판타지

By 신종민

 ​스위스로 편지를 보내는 의문의 영어 내레이션으로 문을 여는 이 영화는 올해 부국제의 또 다른 상영작인 <센티멘탈 밸류>(요아킴 트리에,2025)을 연상시키는 오래된 주택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집을 정리하고 나와 작은 아파트로 이사하는 춘희(김혜옥분)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렇다. 배역의 크기와 등장 시간에 관계없이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가득하긴 하지만 이 영화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무엇보다 춘희에게 집중해야 하는 영화이다. 24<69>처럼 좀처럼 보기 힘든 60~70대 노년 여성 원톱 영화인 것이다.

 

 귀하고 소중한 만큼 영화는 춘희의 캐릭터 구축에 정성과 시간을 쏟는다. 남편과의 사별 후 그제서야 세상에 나와 좌충우돌하며 상실감과 공허감을 메워 나가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나중을 위해서 투석실 팻말 숏 등은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춘희 캐릭터가 달리 보이고 변하기 시작하는 신은 수어 신이었다. 병원 안내 자원봉사마저 안경을 쓰고도 글이 잘 보이지 않아 제대로 해낼 수 없던 춘희는 수어 안내 신에서 비로소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며 변하기 시작하는 느낌이다.

 

 춘희가 변화시키고 위로를 건네는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아주 어릴 때 독일에 입양되었다가 한국에 돌아온 지휘자 민준은 춘희와의 티키타카로 이 영화의 웃음 코드까지 책임지는데 <애프터 양>(2021)을 통해 눈길을 끌었고, <성난 사람들> 시리즈에서도 보였던 저스틴 H. 민이 한국 독립영화에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든 모습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음을 고백해본다. 또한 천재 피아니스트 유망주를 연기한 박성찬 배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비전문배우가 조용하고 느릿느릿하게 소화한 성찬 역이 오히려 전사도, 현재 상황에 대해 자세한 설명도 곁들여지지 않은 성찬을 더 단단하고 풍성하게 구축하지 않았나 싶다. 등장 신이 많지는 않지만 이제는 만만찮은 필모그래피와 드라마 내공까지 쌓인 공민정 배우가 나경 역으로 중요 지점마다 등장해 극의 진행을 도우며 김혜옥 배우가 바탕이 된 전체적인 안정감에 힘을 보태고 옆 집 남자, 부녀회원도 웃음과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배우들의 호연은 물론 서로가 치유되고 위로를 주고받은 유사가족의 탄생을 무난히 설득해내지만 이 영화는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좀 아쉽게도 오독을 제공하는 설정-왜 독일인이 독일어를 나두고 공용어도 아닌 영어로 스위스에 편지를 보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편지로 인해 이 영화는 노년의 판타지를 완성해낸다. 제목처럼 세대를 흐르는화해와 어른으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해내며 스스로 마무리를 결정할 수 있는 여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산업적으로도, 내용적으로도 늘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는 한국 사회와 비전(독립) 영화들 속에서 현실적으로도, 제도적으로도 실현불가능하지만 기분 좋게 꿈은 꿔볼 수 있는 판타지 영화를 한 편 보고 나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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