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하나코리아> : 보편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탈북의 삶

By 박정현

  90년대 초반만 해도 북한이탈주민의 소식은 뉴스에 보도될 정도로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부터 그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현재 대한민국에는 3만 명이 넘는 북한이탈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특히 비교적 사회적 감시가 덜한 여성 탈북의 비율은 전체 북한이탈주민의 70%를 넘어섰다. 이제 그들은 특별한 존재라기보다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웃이 되었지만, 여전히 편견과 사회적 무게는 그들을 짓누른다.

덴마크 출신 프레드릭 쉴베르 감독의 영화 <하나코리아>는 이러한 현실 속 한국 사회에 적응하려 애쓰는 북한이탈주민 '혜선'의 삶에 시선을 고정한다. 머나먼 타국의 감독이 그려내는 이야기가 어떤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를 안고 영화는 시작된다.

 

  영화는 혜선의 나레이션으로 문을 연다. 중국에 홀로 두고 온 엄마의 건강을 걱정하는 혜선의 독백은 그녀가 지닌 불안과 고단한 마음을 드러낸다. 이어지는 화면에는 낯선 공간과 절차들이 펼쳐진다. 비행기의 모든 승객이 내린 후 홀로 남아 불안한 시선으로 보호요청을 기다리고,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들을 혜선은 하나씩 통과해 나가며 한국 사회로 첫 발을 내딛는다. 이후 그녀는 본격적인 첫 관문인 하나원에 입소한다. (참고로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에게 12주 동안 사회적응 교육을 제공한 후 각자가 거주지로 전입하도록 돕는 기관이다)

 

 

두 개의 짐

 

 

  대한민국에 도착한 혜선에게는 해결해야 할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중국에 있는 엄마의 약값을 마련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한민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하나원 입소 동기와 달리 혜선은 대학에 가서 간호사가 되고자 한다. 현실적으로 간호사가 되기 어렵다는 담당 공무원의 조언에 힘든 건 없습니다. 해내면 됩니다라는 짧은 말로 자신의 의지를 단호하게 표현한다.

해내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하나원 생활을 마친 혜선은 한국 사회의 삶을 시작한다. 영화 속에 펼쳐지는 혜선의 생활은 평범한 20대 청년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화장을 하고, 음식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학교를 다니며 때로는 친구들과 여행도 간다. 다만 그 아르바이트의 목적이 중국에 있는 엄마의 약값을 송금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점이 그녀의 삶을 다른 이들과 다르게 만든다.

상황이 늘 좋게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중국에 송금하는 돈은 브로커의 과도한 수수료로 줄어들고, 한국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그녀에게 친절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녀를 덮치는 불행에도 불구하고 혜선은 묵묵히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거리를 둔 관찰

 

 

  프레드릭 쉴베르 감독은 혜선의 이러한 상황을 한 발짝 떨어진 거리에서 담아낸다. 감독은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기보다, 그녀 앞에 놓인 문제와 그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주목한다. ‘탈북이라는 특수한 상황보다 새로운 사회에서 한 여성으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부각하며, 이를 보편적인 성장 서사로 풀어나간다는 인상을 준다. 한국에 오기까지의 다사다난한 사건들은 영화 속 배경으로 물러나고, 대신 그녀가 한국 사회에서 무시당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카메라의 초점이 맞춰진다.

이러한 시선은 한국 감독이라면 쉽게 취하기 어려운 시선이지 않을까 싶다. 머나먼 타국의 감독이기에 가능했던 거리를 둔 관찰은 한국 관객에게 다소 표면적이고 덜 절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그 거리감이 혜선이 특수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으로 여기게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나코리아>는 혜선의 개인적인 삶을 보여주지만, 감정적으로 동화되지 않고 중립적이고 보편적인 시선으로 그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이러한 감독의 시선을 통해 관객은 혜선을 북한이탈주민’이라는 낯선 범주 속 인물이 아니라,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한 명의 여성, 한 명의 청년으로 바라볼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탈북의 맥락이 희미해지는 한계도 있지만, 바로 그 지점이 이 영화의 독특한 위치를 만든다.  <하나코리아>는 혜선이 한국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통해, 평범한 인간의 자신의 가치를 잃지 않고 새로운 사회 속에서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이 얼마나 가치 있는 여정임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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