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린스틴 스튜어트/미국, 프랑스, 라트비아/2025년/128분/월드 시네마
9.23 CX 13:00
“기억은 이야기다. 안고 살 수 있게 꾸며내야 한다.” 그래서 동명의 에세이를 각색한 영화 <물의 연대기>는 한 여자의 과거를 손질하는 일에 몰두한다. 한때 수영 선수를 꿈꾸던 주인공 리디아(이모젠 푸츠)가 택한 방법은 글쓰기.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 <소리와 분노>를 동경하며 문예창작을 배우는 그는 삶이 부서진 자리에 남은 파편들을 헤집고 싶다. 어려서부터 학대와 방임, 충동과 중독을 겪었지만, 그보다 작은 단어들을 필요로 한다. 알코올과 섹스의 도움을 빌려 봐도 충분치 않다. 다른 누구도 아닌 자기만의 언어로 지나온 세월을 해석하고 싶은 욕구는 리디아를 구속하다가도 자유롭게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출 데뷔작 <물의 연대기>는 다분히 표현주의적이다. 단일한 이미지 아래 포섭될 수 없는 여성 서사를 좇아, 이 작품은 온몸으로 헤엄친다. 인물을 향한 깊은 이해와 지지가 묻어나는 역영이다. 원작자에게 “죽는 날까지 당신의 책을 읽겠다”라고 고백했다는 감독의 경애는 이렇게 스크린 너머로 또렷이 전해진다. 어떤 과잉이나 과시가 느껴지는 스타일마저 신인의 진취성으로 포용하게 하는, 제78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초청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