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스트레인지 리버> : 푸른 첫사랑

By 김제윤
  잔잔하고도 평화로운 여름날, 초록 숲과 맑은 강 경계에서 십 대 소년 다닥은 가족과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있다. 우연히 만난 알렉산더에 점차 마음이 뺏긴다. 첫사랑 두 방울, 가족애 한 방울이 담긴 영화 <스트레인지 리버>는 소년의 첫사랑과 여름날 풍경을 몽환적으로 보여준다. 

 햇살이 비치는 강 위로 수영하는 다닥 주위에 무언가가 맴돈다. 반짝이는 무지개 비늘을 가진 물고기와 엇비슷하다. 정체는 풋풋하고도 부드러운 몸 선을 가진 알렉산더다. 물속 소년의 시선이 카메라에 담기고, 유영하는 서로가 마주하는 극적인 장면이 가득 채운다. 첫사랑이 푸르게 번지는 순간이다. 이윽고 미끄러지듯이 겹치는 손, 서로의 체온이 담긴 품이 담긴다. 시작은 다닥의 평온했던 일상에 알렉산더가 침투한 듯 들어오지만, 그들의 사랑은 설레면서도 은은하게 피어오른다. 서로의 깊은 대화로 많은 정보를 공유하기보다 장면마다 감정의 떨림이 반복된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서툴지만, 푸릇한 소년들의 한 여름의 일기를 계속해서 숨죽여 지켜보게 된다.  

 유럽의 여름 자연물을 꿈꾸는 듯이 섬세하게 포착한다. 일상 속 멀게 지켜봤던 것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새, 다뉴브강 위에 반짝이는 잔물결, 녹색 빛이 가득한 초록 숲, 미끄러지는 자전거, 부드럽게 퍼지는 자연의 소리, 인물의 몸짓과 눈빛 등이 차곡차곡 담긴다. 개개인이 갖고 있던 상념과 생각들은 흘려보낸 후, 유속이 빠르지 않은 물 위에 떠 있는 배에 따라 탑승하게 된다. 말없이 반짝이는 다닥의 깊은 눈동자에 갇혀 그저 흐릿한 여름잠에 취할 뿐이다.

 사실 영화는 다닥의 사랑과 가족 이야기 중 어느 하나 확실하게 매듭짓지는 않는다. 어머니와 아들의 대화, 가족과 보내는 일상 등의 여운은 스타카토처럼 톡톡 남긴다. 강물로 모든 이야기가 흘러 지나 버린 듯 방향이 흐트러지지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저변에 소년의 사랑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감독의 의도가 깔려있다. 여름날 자연의 풍경과 돌아오지 않을 단 한 번의 푸른 첫사랑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을 뿐이다. 테이프가 잠시 끊기는 순간에도 기나긴 공백과 많은 미사여구가 대신하지 않는다. 목 피부 표면에 선명하고도 아련한 잔상만이 남아있다.  

 영화의 끝에 첫사랑 주제에 맞는 사물이나 현상에 빗댄 감성적인 가사의 노래가 흐른다. 저마다 고요히 간직했던 젊은 날의 첫사랑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과거 어느 지점의 가슴 아픈 짝사랑을 한 소년이 눈앞에 뭉게뭉게 떠오른다. 이루어지지 않는 타인을 마음에 둔다는 게 아팠던 그 시간이 스쳐 지나간다. 세련되지 못하고 어설펐을 그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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