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이처럼 세련된 칼질을 처음이다. 두 노장이 보여주는 누아르의 진수와 중국을 대표하는 차세대 배우들의 액션은 정말이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다. 2시간 화면을 꽉 채우는 액션 범죄 블록버스터의 향연은 보는 내내 눈이 즐거울 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쥐락펴락하며 지겨울 틈을 주지 않는다. 우선 ‘좋아요’를 눌러놓고 시작해도 괜찮은 영화다.
2025년 8월, 최고의 AI 감시시스템을 통해 범인을 추적하는 소수 정예 감시팀과 그런 첨단 감시망을 뚫고 수십억을 탈취하는 범죄조직과의 숨 막히는 접전을 그리고 있는 이 영화는 화려한 출연진과 막대한 자본 투자, 그리고 한국의 유명 아이돌 세븐틴의 멤버 준(문준휘)을 캐스팅하며 세간의 폭발적 관심을 통해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시작은 무난하다. 미국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화면에는 범죄와 관련된 정보들이 어지럽게 뜨고, 화면이 전환되면서 빠르게 스크롤 된다. 급박하게 전개되는 범죄의 장면들은 익숙하리만큼 정교해 식상함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 <포풍추영>은 기존의 범죄 액션 영화에서 그치지 않고 우리에게 유의미한 질문을 던지며 다가온다. "과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스파이스걸'이라고 불리는 최첨단 AI 인공지능으로 범인의 성향과 예상 경로까지 추적하지만 AI가 해내지 못하는 영역이 존재하기 마련! 이때 마침 우리의 레전드가 등장한다. 청바지에 가죽 자켓을 걸치고 다니는 이미 노장이 되어버린 한물가버린 실력자, 바로 '성룡의 부활'이다. 이때부터 우리는 과거로의 회귀를 통해 수많은 데이터의 화면이 아니라 범인의 얼굴, 옷차림, 행동거지 하나하나에 다시 주목하게 된다. 결국 '본질'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구습'이라는 옛날 방식과의 전면전도 선포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뒷전이 되고 약하다는 생각에 무시 받아야 하는 여형사 ‘궈궈‘. 그녀는 여린 몸이지만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기회를 노린다.
이 영화는 2007년 개봉되었던 영화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했다. 한국에서는 영화 <감시자들>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개봉 시점과 나라는 제각각 다르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인간 본질에 대한 고찰은 변함이 없다. 긴장감 넘치는 액션 가운데 형사들과 경찰 조직 사이에서 느끼는 연민과 후회, 우정을 성룡 특유의 능글맞은 연기로 잘 녹여냈다. 이 영화에서 만날 성룡과 양가휘, 두 노장의 연기를 보게 된다면 당신도 아마 그 절절한 마음에 동요되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을 지 모르겠다. 어느 시대에나 그러하듯 '본질'과 '규칙'은 변함이 없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이 도입된다 하더라도 인간만이 가진 능력은 더 빛날 것이다.
성룡과 양가휘, 이 두 사람의 연기를 계속해서 스크린에서 만나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랜만에 정말 제대로 된 액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이다. 돈지랄만 하는 영화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휴머니즘에 대한 메시지는 마음 한 켠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영화 속 숨은 히든카드의 활약과 왕들의 움직임을 스크린을 통해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