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어쩔수가없다> : 어쩔 수 없다는 흐름

By 이소정

 ‘어쩔 수 없다’라는 말은 선택의 여지가 없거나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일이 벌어졌을 때 주로 쓰는 말이다. 살면서 어쩔 수 없는 순간은 언제나 찾아온다. 어찌 보면 일상적인, 불가피한 상황들이 무수히 우리 곁에 있다. 그 순간 우리의 대처는 어떠했던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25년 다닌 제지공장에서 어쩔 수 없이 잘린 만수의 어쩔 수 없는 이야기를 그린다. 견디고 받아들이고 작아져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어쩔 수 없는 그 여정. 

 

 영화의 첫 장면, 울창한 나무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만수를 비춘다. 나지막하게 말한다. 와라, 가을아. 만수의 가족은 자연에 싸여있는 아름다운 집 정원에서 장어를 구워 먹는다. 서로를 돈독하게 안는다. 분홍 꽃잎들이 뜬금없이 휘날리면서 떨어진다. 단순하게 인물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장면인 거 같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미장센과 달리 사운드는 음울하게 흘러간다. 영화의 제목이 다시금 상기되면서 평화로움이 아이러니하게도 불안하게 느껴진다. 

 

 시각적인 미장센도 훌륭하지만, 사운드가 더 영화에서 크게 작용한다. 첫 장면에서 아름다운 클래식 소리가 들려올 때 이 음악이 내재음인지 외재음인지 헷갈릴 때쯤 딸을 소개하고 스피커를 비춘다. 영화의 중반쯤 노래를 아주 크게 틀고 대화를 하면서 서로를 오해하는 코믹한 장면까지(비록 나는 웃지 못했지만). 두 장면은 우리에게 무엇이 진실인지 우리가 엇갈리는 중인지 웃어야 할지 혼란을 더한다. 또한 제지공장 두 장면이 나오는데 그 두 장면의 배경은 유사할지라도 사람의 수가 다르다. 또한 행동이 다르면서 같다. 다름에서 오는 공허함과 씁쓸함이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만수(이병헌)는 딸과 미리(손예진)는 전남편과 낳은 아들과 선택이 이어진다. 만수는 가장 역할을 하려고 머리를 치는, 목을 치는 손동작을 하면서 자기 세뇌를 한다. 가장이라는 스스로의 세뇌로 두렵고도 어쩔 수 없는 면접을 끝까지 해낸다. 자폐아로 보이는 딸 또한 만수가 불안정해 보일 때는 불안정하고 만수가 해낸 뒤에는 딸도 해낸다. 미리는 단순하고 즐겁게 사는 한 아내로 보였지만, 가족이 위험에 빠졌을 때 어쩔 수 없음에 수긍하고 받아들이면서 아내 역할을 해낸다. 아들도 미리처럼 빠르게 상황을 파악해 사고를 치고 거짓말들을 견디면서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살아남는다. 가족 모두가 견디고 받아들이고 작아진 후에야 이전의 아름다움이 비틀어진 채라도 지켜낼 수 있었다.

 

 영화 속 만수가 겪은 일은 우리가 현재 겪고 있는, 혹은 겪을 일과 다르지 않다. 점점 더 우리에게 다가오는 AI로 인한 편함과 즐거움이 있지만, 우리는 점점 일자리를 잃어가는 중이다. 작게는 서빙 알바가 키오스크가 되고 크게는 회사의 일도 챗GPT에게 점점 빼앗긴다. 회사의 입장도 회사원도 세월이 흘러가면서 달라지는 상황 덕에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현 상황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흐름에서 어쩔 수 없는 걸까. 그것도 우리의 선택이라고 영화는 조롱하는 걸까. 변화 없이 그대로 흘러간다면 우리의 끝은 영화처럼 사람들과의 상호작용과 온기는 사라지고 차가움만이 남아 숨 쉴 것이다. 어쩔수가없다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렇게 열심히 살지 말지. 가을이 온 후 겨울은 시리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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