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굿뉴스> : 블랙코미디의 미학

By 문은혜

변성현 감독의 <굿뉴스>(2025)는 블랙코미디라는 미학적 입장에 전면 가담함으로써 장르의 규범을 재확인한다. 일상의 오해를 풀어 화해로 수렴시키는 경쾌한 코미디의 문법 대신, 영화는 죽음·폭력·재난·윤리적 금기 같은 본디 웃음과 거리가 먼 재료를 정면에 올려놓고, 웃음과 불편함을 교차시키는 장치를 통해 현실의 잔혹과 부조리를 드러내는 블랙코미디의 핵을 겨냥한다. “진실은 달의 뒷면에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달의 앞면이 가짜는 아니다.”라는 자전적 선언처럼, 영화는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을 이분법적으로 재단하기보다, 두 면이 서로를 비추며 완성되는 ‘구성된 현실’의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작품은 다섯 개의 장—하이재킹, 더블하이재킹, 모래성, 배드뉴스, 굿뉴스—으로 구성된다. 첫 장면의 ‘하이재킹’이 1970년 요도호 납치 사건의 재현이라면, 이어지는 ‘더블하이재킹’은 그 사건의 소유권을 둘러싼 두 번째 탈취, 곧 사건을 다시 낚아채려는 권력을 가리킨다. ‘모래성’은 그 장악의 임시성과 취약성을, ‘배드뉴스/굿뉴스’는 동일한 사실이 상반된 감정 곡선으로 포장되는 과정을 병치한다. 핵심은 ‘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라는 명제를 해명하는 데 있지 않다. 영화는 그 만들어짐의 과정 자체를 체험 가능한 리듬으로 전시하며, 관객을 그 흐름 속에 위치시킨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1970년대 한국 사회의 정치·사회적 공기—검열과 감시, 선전과 자기검열이 중첩된 시대의 정조—를 재현의 사실성보다 정조의 정확성으로 체감한다. 


요도호 납치 사건은 한일·남북 관계의 긴장과 선전·보도의 문제를 비추는 매개된 상흔으로 작동한다. 이를 블랙코미디로 호출하는 일은 단순한 희화가 아니라, 사건을 압도해 온 영웅·국가의 거대 서사를 의도적으로 삐끗하게 만들어, 그 틈으로 권력의 불투명성을 들여다보려는 시도다. 특히 인물들은 진짜/가짜의 경계에서 지속적으로 요동한다. 생존을 위해 연기하고, 신념을 가장하며, 때로는 그 둘을 구분하지 못한 채 스스로의 얼굴을 갱신한다. 이 흔들림이야말로 영화가 오늘의 관객에게 건네는 현재성이다. 55년의 시간 간극은 역사적 안전거리를 제공하는 대신, 당시의 국가와 오늘의 플랫폼이 서로 다른 얼굴로 반복하는 문제—보이지 않는 권력, 무력한 개인—를 병치하게 만든다. 과장은 사실을 왜곡하기보다는 사실을 가능케 한 조건을 부각하는 장치로 정당화된다. 


그렇다면 이 작품의 웃음은 누구를 겨냥하는가. 피해자 개인을 겨냥하는 순간 블랙코미디는 곧장 윤리적 파산으로 미끄러진다. 영화가 선택해야 할 표적은 사건을 소유하려는 자들—사건을 말로 선점하고, 기획이라는 이름으로 현실을 다시 배분하는 권력—이다. 이때 관객이 경험하는 웃음은 면죄부가 아니라 증거 보존에 가깝다. 웃음이 터진 자리마다 관객은 ‘지금 왜, 누구를, 어떤 방식으로 웃었는가’를 확인하게 된다.


“진실은 달의 뒷면에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달의 앞면이 가짜는 아니다.”라는 문장은 영화가 취할 미학적 균형점을 정확히 지시한다. 보이는 것은 허구가 아니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그것을 어떻게 ‘보이게’ 했는지 묻는 일이야말로 비평의 의무라는 뜻이다. <굿뉴스>의 블랙코미디는 바로 그 질문을 웃음의 리듬으로 관객의 신체에 각인시킨다. 웃음이 끝난 뒤에야 들리는 소음—침묵, 웅성거림, 자문자답—이야말로 영화가 노리는 마지막 장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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