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양귀비와 나> :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 자들의 공허한 싸움

By 정해원

라자스탄주는 인도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은 양귀비 농가가 밀집한 지역이다. 75,000명에 달하는 농부가 500년 이상 이어온 양귀비밭을 지키고 있지만 근래 들어 농업을 지속하는 게 녹록지 않다. 20년 전과 변함없는 가격을 고수하고, 뇌물을 요구하는 관리 때문이다. 부조리한 현실을 타파하고자 양귀비 농가의 아들이자 교사인 망길라가 시위에 앞장서지만, 현실은 수년째 변한 게 없다.

 

<양귀비와 나>는 두 가지 갈등을 축으로 삼는다. 하나는 양귀비 농가와 부패한 관리의 갈등이다. 갈등의 원인은 명백하다. 도를 넘어선 지역 정부의 착취다. 병원에서 모르핀 주사 한방은 15만 루피에 팔리지만, 농민은 양귀비 1kg에 2천 루피밖에 받지 못한다. 그럼에도 감독관은 한번에 1~20만 루피의 뇌물을 요구한다.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는 장사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양귀비를 암시장에 내다 팔기도 하지만 들키면 마약 밀수죄로 수용된다. 그렇게 수용된 농민만 수백명에 달한다.

 

법이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는 착취 앞에서 약자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단 하나, 단결뿐이지만 이마저 녹록지 않다. 시위에 앞장서다 감독관의 심기를 거스르기라도 양귀비 재배 허가가 취소되어 푼돈을 쥘 기회마저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망길라가 앞장서서 시위도 조직하고 높은 사람도 찾아가 보지만 농민의 의견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정부의 무관심은 영화의 두 번째 갈등도 촉발시킨다. 망길라와 가족의 갈등이다. 가족은 아들이, 아버지가 평범하게 살기를 바란다. 어머니의 농사도 돕고, 아들의 등록금도 해결해주고 말이다. 안 그래도 힘든 상황인데 괜히 나섰다가 미움을 사 재배 면허를 박탈당하기라도 하면 더 큰일이고 말이다. 망길라도 가족의 마음은 알지만, 저항이 곧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 믿기에 시위를 멈추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갈등의 당사자로 지목받은 대상은 둘이다. 부패한 관리와 망길라다. 물론 두 사람의 목적은 판이하게 다르다. 관리는 사리사욕을 위해 착취하지만, 망길라는 공익을 위해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하지만 두 대상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그 점이, 이 영화에서 망길라 또한 갈등의 당사자에 위치하게 만드는 이유가 된다. 그 이유란, 그들이 실제로 만들어내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거다.

 

<양귀비와 나>는 망길라와 어머니를 한 프레임 안에 담으며 영화를 시작한다.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앉아 있지만 두 사람의 거리는 농민과 감독관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두 사람이 관심을 가진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음하고, 언론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비난을 가한다. 그는 정치적인 문제에 온 신경이 쏠려있다.

 

이러한 관계는 영화 내내 지속된다. 어머니는 추상적인 건 그 무엇도 만들어내지 않는다. 옥수수를 손질한 대가로 깔끔한 알갱이를, 요리를 한 대가로 따듯한 난을, 농사를 한 대가로 양귀비즙을 얻는다. 반면 망길라는 실재하는 걸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가 만들어내는 건 선언문, 시위 구호 같은 것뿐이다. 본업인 교사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실재하는 건 모두 가족의 손을 빌려서 소모한다. 엄마가 구워준 난을 먹고, 아들이 데운 물로 목욕을 하는 식이다. 이는 양귀비 즙이란 실재를 제도라는 허상으로 착취하는 관리와 다를 바가 없다. 물론 망길라가 부패한 관리와 같은 사람은 아니다. 비록 그가 현실의 문제와 씨름하고 있을지라도 그는 분명 정의의 편에서 일하는 사람이니까.

 

영화 속에서 추상적인 건 농민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조금이라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결국 양귀비 즙이라는 실재하는 물건이다. 망길라는 선언문이나 구호 같은 추상적인 걸로 현실을 바꿔보려 한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실재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영화는, 이제 그들이 노선을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닐까? 더는 인간이 창조해낸 허구에 기대지 말고, 실재하는 무언가로 싸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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