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평론단
하우메 클라레트 묵사르트의 <스트레인지 리버>는 언어의 자리를 침묵과 응시로 대체하며 사랑을 다루는 특별한 작품이다. 많은 영화가 첫사랑을 대화와 고백, 혹은 사건의 흐름으로 풀어내는 것과 달리 이 영화는 눈빛과 행동, 자연의 소리라는 비언어적 요소를 집중한다. 덕분에 관객은 사랑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설명이 아닌 감각을 통해 다시 묻도록 이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서로에게 많은 말을 건네지 않는다. 오히려 중요한 순간에는 대화가 비껴가고, 남는 것은 시선이다. 그 시선은 단순히 관찰의 행위가 아니라 상대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감정을 전하는 매개가 된다. 응시는 때로는 설렘을, 때로는 긴장을, 그리고 설명할 수 없는 매혹을 품고 관객에게 전한다. 언어가 감정을 규정하는 대신 응시는 감정을 확장하고 흔들리게 만든다. 이때 영화의 사운드는 응시의 침묵을 단순한 공백이 아닌 정서의 울림으로 바꿔놓는다. 강물이 흐르는 소리,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과 새소리, 혹은 인물들의 숨소리 같은 일상의 사운드들을 그 자체로 정서를 증폭시킨다. 말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것은 자연의 리듬이며, 그 리듬 속에서 감정은 더욱 선명해진다. 결국 관객은 대화 없이도 사랑의 떨림과 긴장을 감각적으로 체험하게 된다.
영화의 방식은 사랑을 서사의 차원에서 규정하려는 관습적인 태도를 거부한다. 첫사랑은 사건의 나열로 설명되기보다 말로 다 전할 수 없는 감각의 결로 다가온다. 눈빛이 머무는 시간, 침묵을 감싸는 소리, 그리고 서로를 향한 미묘한 몸짓이 바로 사랑의 언어가 된다. 이는 관객에게 사랑은 말하지 않아도 되는 존재이며 말하지 않을 때 오히려 더 강렬하다는 진실을 상기시킨다.
영화의 감각적 실험은 소리의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강물의 흐름, 자전거 바퀴가 자갈 위를 구르는 소리 숲에서 들려오는 바람과 새소리 같은 외적 사운드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인물의 정서를 비추는 거울로 작용한다. 반면 내적 사운드의 교차는 언어 대신 감각으로 소통하는 영화라는 작품의 특징을 더 강화한다. 대화가 생략된 자리에서 자연의 소리와 내면의 울림이 감정을 대변하며 관객에게 응시와 침묵이 지닌 울림을 한층 더 깊게 체험하게 만든다.
<스트레인지 리버>는 제목처럼 강물의 이미지와 닮았다.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주변을 흔들고 형상을 바꾼다. 영화 속 응시 또한 그렇다. 아무 말 없이 스쳐 가는 눈빛 하나가 관계를 바꾸고 감정을 흔든다. 그 파장은 오래도록 남아 관객의 기억을 흔든다. 작품은 사랑은 어떻게 표현되는가라는 질문에 언어 대신 응시와 사운드라는 대답을 제시한다. 그 속에서 우리는 말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의 깊이를 체험하고 첫사랑이라는 보편적 경험을 새롭게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