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증언> : 깨어진 침묵

By 장수진

‘인도영화’라고 하면 발리우드와 같은 화려한 상업영화를 떠올리기 쉽다. 한국에서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고 화면의 화려함과 장르적 특성이 강력하게 기억에 남기 때문이다. 그에 실화에 기반하여 무거운 진실을 담고 있는 영화 <증언>으로 인도영화의 또 다른 면모를 새롭게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비카스 란잔 미쉬라 감독의 <증언>은 권선징악의 구조를 따른다고 볼 수도 없고 통쾌한 엔딩을 보여주는 영화도 아니다. 그저 악인이 만들어낸 본인만의 왕국과 뻗어내린 권력을 철저히 외부인의 시선으로 파고든다. 그러기에 마을 사람에게 신적인 존재로 여겨지는 범죄자에게 그 어떤 서사도 부여하지 않고 오직 일관되게 사기꾼으로만 바라본다. 범죄를 흥미 위주로 접근하지도 않고 자극적으로 부풀리지도 않는다. 마을 공동체를 두려워하고 숨으려 하는 피해자들과 그들을 감추려는 거대한 공동체 사이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끌어낸다. 과정은 더디지만 한 발자국씩 진실에 다가간다. 

한 소녀가 긴 복도를 가로질러 경비를 피해 인쇄물을 복사한다. 거기엔 마을의 지도자나 다름없는 커다란 사이비 종교의 지도자 마하라지를 고발하는 글이 담겨있다. 소녀의 간절함은 저 멀리 수도 델리까지 닿게 되고 루히 형사가 책임자가 되어 조사가 시작된다. 그녀는 전설적인 형사의 외동딸로 어디를 가든 아버지의 이름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시작부터 쉽지만은 않다. 터무니없이 촉박한 시간에 편지가 시작된 여성 커뮤니티부터 즉시 수사를 진행하는데 그들은 마라하지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으로 뭉쳐있다. 작은 단서를 찾아 따라가보지만 첫 폭로자의 시체가 떠오르고 만다. 북부의 작은 마을은 굉장히 폐쇄적이기에 루히가 파고들기 막막할 뿐이다. 그러던 중 다른 피해자를 찾아 증언을 해달라고 하지만 겁에 질려 숨어들고 겨우 용기를 복돋아도 거대한 권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권력은 루히에게도 회유를 종용하지만 굴하지 않고 법의 심판대로 올려낸다. 

영화는 끝이 났지만 현실은 끝나지 않았다. 실제 일어났던 사건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단면이기에 마음이 놓이는 엔딩을 꾸며낼 수도 없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그저 수사관으로서 다가가던 루히 형사가 피해자들과 마을 사람들을 만나 볼수록 그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하며 이해하게 되는 모습이었다. 이는 그의 착장에서도 드러나는데 영화의 시작부터 처음 마을에 들어설 때까지 유지되던 정장과 선글라스 등은 영화가 진행되며 마음을 열어갈수록 간편한 복장으로 변해간다. 끝에 가서는 가벼운 셔츠 차림으로 바뀌는데 색의 변화도 포함하여 캐릭터를 풍부하게 표현해낸다. 

루히와 피해자들은 서로 다른 계급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 그러나 마침내 아버지의 그늘을 거부하며 한발 더 성장해낸 루히의 모습과 가부장제 아래 억압받던 피해자들의 용기는 서로 다르지만 관객으로 하여금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비록 통쾌한 단죄는 아직 이르지만 이 작은 걸음이 앞으로 큰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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