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영작 리뷰

시민평론단

<뽀르또벨로> : 연루, 무죄? 유죄?

By 박태향

​ 이탈리아가 낳은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는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속 개인의 삶이 어떻게 시대적 격류에 휘말려 가는지 고통 받는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통찰한 작품들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여든이 넘은 나이임에도 그는 창작열을 멈추지 않고 여전히 이탈리아 사회를 예리하게 파헤친다. 20023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본 그의 작품 납치1850년대 이탈리아 볼로냐가 배경으로 교황은 막대한 경제적 손실과 권력 또한 쇠락해지면서 아이들을 납치해 개종자로 살게 했다. 그 종교적 광기의 시대에 유대인 가정의 아이를 납치해 신부로 개종해 살다 간 실존 인물의 사례를 영화로 표현해 거대한 시대의 수레바퀴 아래 무너진 가족, 빼앗긴 가족의 모습이 역사 속 페이지에서 영화로 살아났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실존 인물의 삶을 그려낸 작품을 만나게 된다. 무고로 인해 박해 받던 인물을 그려낼 때 감독은 어떤 방향으로 그를 그릴까? 마르코 벨로키오는 그를 성인같은 인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에 담긴 복잡한 뉘앙스를 깊이 탐구하고 싶었다했다. 역시 영화는 촌스럽지 않게 들뜨지도 않고 감정을 내지르지도 않으며 딱 적당한 선으로 세련되고 유려하게 촘촘히 전달해내고 있다.

 

 1980년대 이탈리아 인기 TV프로그램 뽀르또벨로의 진행자로 엄청난 사랑을 받던 엔조 토르토라가 마피아와 연루되었다는 혐의를 받으며 한순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탈퇴한 조직원이 그와 마피아가 연루되었으며 마약을 거래했다고 당당히 밝히면서 그는 뚜렷한 증거도 없이 체포되고 유죄판결을 받았다. 실제 오랜 투쟁 끝에야 무죄 판결을 받은 후 그는 60세란 다소 이른 나이에 생을 마감한다. 마르코 벨로키오는 이 사건과 인물을 어떻게 그려냈을까? 이미 실제 인물 엔조 토르토라의 삶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관객은 영화로 그를 본다. 픽션을 다룬 작품이 지루하기 짝이 없으면 뒷 부분이 궁금하지도 않다. 그런데 실존 사건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몰입감에 빠진다면 이미 이것으로 감독의 역량은 빼어나지 않은가? 2시간 상영 시간 동안 전반부 에피소드1은 엔조가 진행자로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며 프로그램에 얼마나 열정적인지 그의 노력을 담아내고 있다. 이탈리아 각 가정에서 시청하는 모습을 마치 실시간으로 관객들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듯 보게 된다. 그리고 또 한 축으로 마피아 보스와 조직원들이 갇혀 있는 교도소 모습도 나타나며 시청률은 계속 오르고 한 시즌이 끝난다. 엔조는 아직도 일이 재미있다며 계약 연장을 하려고 마음먹는데 갑자기 마피아 연루로 체포되고 구금되며 변호사와 함께 무혐의를 증명하려는 분투가 시작된다. 후반부 에피소드2는 그의 죄를 단정하고 확인만 받으려는 검사, 먹이를 발견한 듯한 하이에나같은 기자들, 검찰이 흘려 놓는 혐의를 그대로 기사에 올리는 신문사들로 인해 연일 신문방송들은 떠들어대기 바쁘다. 그를 지켜준다고 믿던 시청자는 그의 수호천사가 아니다.

 

 몇십 년 전 시대, 이탈리아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과 기시감이 든다. 불법적 혐의로 고발을 당한 자가 권력을 쥐고 있을 땐 뭉기적 뭉기적 시간만 끄는 검찰, 권력의 뒷배에 함께 타고 있을 땐 침소봉대하여 가차없이 개인을 짓밟아 버리는 검찰... 유사한 모습들이 그려지는데 주인공 엔조역 파브리치오 지푸니는 담담하고 절제된 모습으로 진실을 밝히려 한다. 각 장면마다 쓰이는 음악은 분위기에 딱 맞게 들뜲없이 스며든다. 6명이 함께 한 방을 쓰는 구치소에서 전직 혁명가가 엔조에게 시청자들을 속인 것이 그의 죄라고 말하는 등 영화 속 대사들도 곱씹어 생각해 볼만한 것들이 많다. 방송의 유해함과 언론과 방송의 역할, 검사들의 행태에 대해 영화관을 나서면서 우리의 대화도 더 풍성해질 것이다. 엔조는 무고하게 구금되었으나 그의 행동과 대사는 품위가 있다. 편집 연출은 섬세하고 유려해 전체적으로 세련되게 만들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 것이다.

 

 엔조는 갇혀서 자신이 무고함을 밝혀내려 노력하는데 파파라치들은 그를 촬영하기에 바쁘다. 에피소드2는 그렇게 끝난다. 언제 진실이 밝혀져 석방되었는지 어쩌다 그는 죽음에 이르렀는지 설명도 없이.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에피소드3,4로 신작을 선뵈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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